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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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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 앞서, 세계문학전집 도서들 중 사랑과 관련된 도서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인생의 고찰 혹은 독자들로 하여금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 2권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싯다르타


 

<싯다르타>를 읽기 전, <데미안>을 통해 헤르만 헤세를 처음 접해보았던 것 같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문장에 홀린 듯이 읽게 되었다. 처음 이 문장을 보고 느꼈던 충격에 비해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소설이었다. 내가 조금 더 이른 나이에 <데미안>을 읽었더라면 느꼈던 감상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거론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이 책은 꼭 몇 년에 한 번씩 읽어봐야 하는 책이야!" 나이가 듦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번에 소개할 <싯다르타> 역시 시간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책인 것 같다.

 

<싯다르타>는 '싯다르타'라는 인물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에 속한 집단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어느 하나 부족해한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풍족한 환경에 만족하지 못했고,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히는 이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종교인의 길을 걷게 된다. 싯다르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온갖 삶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무언가를 깨달은 채 해탈의 길을 걷는다.

 

주인공의 이름과 줄거리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해당 소설은 종교적인 색채가 굉장히 짙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나의 선입견을 깨부순 것에 가까웠는데, 처음 표지만 보고 머뭇거렸던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쉽고 술술 읽혔다.


쉽게 읽히는 편에 속하면서도, 문장들은 굉장히 깊은 울림을 준다. 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그 책이 인상 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책을 저술한 작가와 나와의 교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언어화해서 내뱉지는 않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갖고 있던 생각들이 나와 교집합으로 묶여있던 작가가 정갈하게 세상에 내비쳤을 때.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 또는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형상의 세계란 무상한 것, 덧없는 것이야. 우리의 옷차림이나 머리카락과 몸뚱이 그 자체도 덧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이 책은 한 인물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한 이후의 성찰과 사유들이 많이 묘사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좋다고 느낀 문장과 지금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쌓은 내가 좋다고 느끼는 문장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기다림을 선물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묶여있는 책이다.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나의 이야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세계 문학전집을 시작함에 있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읽으면서 친구들과 평소에 나누었던 대화들이 생각났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혹은 내 왼손이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만큼 니콜라이 고골의 이야기들은 인과관계가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고, 왜 등장하는지 모를 존재들이 얼굴을 불쑥 들이민다. 이런 농담 따먹기 같은 이야기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위트에 담긴 '알맹이'에 있다.


현실을 넘어선 존재들, 즉 <외투>에 등장하는 유령들과, 잘려 나간 코가 나의 직장 상사가 되어 돌아다니는 환상적인 존재들은 현실과의 극명한 대비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현실에 눈길을 주게끔 만든다. 씁쓸한 사회의 모습을 니콜라이 고골 특유의 언어로 펴낸 작품이기 때문에, 마냥 즐겁게만 읽진 않았는데 그렇기에 더욱 좋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만약,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면,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도 함께 추천하고 싶다.

 

*

 

학창 시절 학교 내 도서관에 가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학년별 권장 도서 책장이 따로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나눠주는 독서기록장 맨 앞 페이지에는 권장 도서 목록이 꼭 있었는데, 학생 때는 권장 도서가 왜 그렇게 읽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권장 도서 칸에 있는 책보다, 도서관을 둘러보며 재밌어 보이는 제목의 책들을 골라 읽는 게 좋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누군가가 권장 도서 목록을 만들어주지 않는 나이가 됐다. 어릴 땐 그렇게 권장 도서가 싫었는데, 이제서야 권장 도서 목록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의 기록장에 적히는 감상문이 다르듯, 대부분의 이들에게 좋은 책들이 나에겐 좋지 못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책을 추천하게 될 때면 괜스레 겁을 먹게 되는 것 같다. 권장 도서 목록을 만드는 이들 역시 이런 고민을 했을까?


내가 추천한 책들은 꼭 읽어야 하는 권장 도서도 아니고, 수행평가 항목에도 들어가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접해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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