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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퓰리처상 예술의 전당.jpg

 

 

순간의 긴 여운을 아는 사람이라면 필히 사진을 좋아할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많은 이야기가 한 컷에 표현되는 사진이란 매체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사진이 전달하는 끝없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지난 주말, 콘텍스트가 응축되어 진하게 담긴 퓰리처상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 방문했다. 남부터미널역에 내려 오르막길을 가다 보면 바로 예술의전당이 보인다.

살짝 추위가 풀린 겨울날, 입구에 있는 풀빵 냄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봉지를 손에 쥐었다. 그 자리에서 호호 불어 일행과 나눠 먹으니 벌써 만족스러운 사진전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검색해 보니 이미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실 사진전은 처음이라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언젠가 교과서를 보다 스쳐 지나갔거나 SNS를 부유하다 보았을 법한 유명한 사진들이 산발적으로 걸려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다.

들어선 순간 우선 방대한 양의 작품들에 놀랐다.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그리 길지 않은 역사의 퓰리처상이라고 생각했건만, 그 의미와 양은 전혀 짧거나, 작거나, 적지 않았다.

공간에 어떠한 꾸밈이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한정된 곳에 최대한 많은 것을 전시하려고 한 노력이 보였고, 사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주말에 방문하여 입장객이 꽤 많은 편이었음에도 놀이동산의 줄처럼 구불구불 줄지어 혼란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조용했다. 물론 내가 방문한 시간대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내 앞 어떤 남자의 전화벨이 울렸을 때, 공간 구석구석으로 소리가 퍼져나갔고 남자는 심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들 사진에 흠뻑 빠져 어떤 말도 뱉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 있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베이브 루스 등번호 3번을 은퇴하다- Alamy Stock Photo.jpg
 
 
오디오북을 따로 구매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세한 설명이 사진 옆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을 한 이와 사진 속에 숨어있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 이런 프레임을 선택하여 촬영한 이유까지 상세히 벽면에 적혀있었다.

전시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는 적확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품었다. 순간을 담아내 이야기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안전선을 넘어 불확실한 상황과 위험한 장소로 향하는 이들. 세상을 향한 확성기가 부족한 이들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전달하고 투쟁을 감내하는 그들.

어떤 마음을 가져야 목숨을 내놓고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것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 직업을 돌아보며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지 고민해 본다.

오랜 고민 없이 셔터를 누르기 위해 쌓아온 확신과 결단력.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만의 순간을 위해, 평소에 확실한 가치관과 기준을 다져놓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공간을 빠져나와 기념품샵에서 등번호 3번 베이브 루스의 은퇴식 포토 카드를 구입했다. 요즘은 스포츠에서 선수의 시선에 카메라 선을 맞춰 그들이 마주하는 압박감을 전달하는 콘텐츠가 꽤 흔한데, 그것의 시작이 이 작품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상황을 반대 시선으로 바라보는 새롭고도 용감한 자세를 가지고, 색다른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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