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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당신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실 사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과거 우리나라에 사진기가 처음 등장했을 시에는, 사진을 찍으면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 때문에 사진기가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가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현재, 우리에게 사진이란 아주 가벼운 이미지이다. 당장의 아주 작고 사소한 순간을 기록하고,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며 메모리와 클라우드를 구독해가면서까지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까지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멈출 수 없는 이 순간을 잠시나마 박제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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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 문학 및 음악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기여자에게 수여되는 세계적인 상이다.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부터 수여된 이 상은, 언론에 14개 부문, 예술 부문에만 7개 부문에 수여되며 '기자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은 1942년부터 2024년, 즉 80년의 세월 동안의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1. Flight of Refugees Across Wrecked Bridge in Korea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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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퓰리처상 수상작, AP 통신의 막스 데스포가 1950년 12월 4일에 찍은 Flight of Refugees Across Wrecked Bridge in Korea이다.

 

6.25 전쟁에서, 파괴된 대동강 거리를 피난을 위해 사람들이 짐을 짊어진 채 건너는 모습이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당대 한국 전쟁이 얼마나 가슴 아픈 역사였는지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미국 뉴욕 출신 막스 데스포는 1950년 한국전에 자원하여, 1951년 1.4 후퇴 당시 피난민 행렬을 담은이 사진을 찍어냈다. 그는 "나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아 영예를 누렸지만 사진 속의 많은 한국인은 아직도 큰 상처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을 기념해요. 어쩔 수 없어요. 전쟁은 끝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막스 데스포

 

사진 위에 쓰여진 이 코멘트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과, 여전히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전쟁의 잔인함을 상기시킨다.

 

 

 

2. The Soiling of Old Glory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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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포먼은 스팟 뉴스 사진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2년 연속으로 최초로 수상한 사진작가이다. 보스턴 헤럴드 아메리칸 소속인 그는 1976년, 화재의 잔인함을 담아낸 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7년, <The Soiling of Old Glory>로 또 한 번 그 영예를 안게 되었다. 이 사진은 백인 십대 남성 조셉 레이크가 성조기를 들고 흑인 변호사이자 시민권 운동가인 테드 랜드마크를 폭행하는 한 장면을 담아내었다.

 

보스턴 인종 차별 해제 버스 위기가 절정에 다달았을 때 성조기의 깃대를 무기로 사용하는 이 사진은, 혐오로 더럽혀진 영예와 자유를 단 한 컷으로 보여주며 다음 날 헤럴드 아메리칸을 비롯한 전국 여러 신문의 1면에 실렸다.

 

 

 

3. 포옹과 키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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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소 애처로운 동시에 따뜻한 수상작이다.

 

마스크를 낀 한 노부부가 투명한 비닐 장막을 가운데 둔 채 키스를 나누고 있다.

 

AP통신의 에밀리오 모레나티의 <포옹과 키스>이다. 코로나19 범유행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페인 노인들의 삶을 여실히 담아내었다.


2010년대의 말부터 2020년대 초기를 우리는 코로나19의 그림자 속에서 보냈다. 혼란스러운 팬데믹과 지독한 자가격리의 기간을 우리는 수많은 키워드로 그려낼 수 있다. 비대면 소통, 자가격리, 코로나블루.

 

마스크와 비닐장갑,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 등의 전환 이후, 우리가 직면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고독이었다. 모두가 스스로를 집으로 격리하게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다시금 타인과 닿고 싶다는 간절한 그리움, 바로 그 순간의 인상을 담아낸 사진이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은, 10년 단위의 대략적인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소개하는 코멘트와 함께 우리는 천천히 한 해 한 해의 인상을 살필 수 있다.

 

때때로 죽음까지 불사하며 한 순간의 환희, 슬픔, 비통함, 분노, 그 모든 것을 순간 포착해내는 사진 기자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위험한 현장 속으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뛰어들까.

 

["퓰리처상 사진전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이를 이해할 지혜가 있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사진가들이 위험한 현장을 지키는 이유."] -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 기획자 시마 루빈

 

늘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오던 나였지만, 이 전시를 보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걸까.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진 한 장으로 무언가를 담아내고 고발하고 싶어하는가.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마음 속에 한 컷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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