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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처럼 언론의 힘은 때로 폭력보다 강하다. 언론의 책임을 위해 펜 대신 카메라를 들고 세계에서 분투 중인 기자들이 포착한 순간들을 <퓰리처상 사진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12월 21일부터 돌아오는 3월 30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카메라를 들고 망각과 맞서는, 사명감과 함께 지구의 모든 소외된 이웃들을 비추는 기자들의 사진을 한 공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1942년 작부터 시작해서 2024년 수상 작품까지 다루며 지난 80년간 카메라에 담긴 순간들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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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수리바치 산에 계양되다> (Alamy Stock Photo)

 

 

세계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자 아버지의 뒷모습, 미군들이 이오지마 지역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 등 역사를 통해 듣기만 했던 순간들을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다.

 

그중에는 한국 전쟁의 모습도 있었다. 1951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폭파된 다리 위를 건너서 피난 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오래되지 않은 한국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외에도 역사와 세계를 바꾼 순간들의 뒤편에는 늘 카메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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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함께하는 두 사람> (Alamy Stock Photo)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 아이젠하워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베트남 전쟁, 9.11 테러, 오바마 대통령의 출마 연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코로나19 등을 담은 사진들은 기자들에 의해 남아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장 곳곳에는 몇 개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특히, 수단의 굶주린 소녀 뒤에 독수리가 앉아 있는 사진을 찍은 기자와 관련한 영상이 인상 깊었다. 소위 ‘뱅뱅클럽’ -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고발을 위해 활동한 네 명의 기자 - 중 한 명이었던 케빈 카터는 본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그는 석 달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케빈 카터는 사진을 찍을 때 소녀를 도와주지 않고 무엇을 했냐는 비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비난을 통해 무력감과 죄책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짧은 영상에서는 생전 케빈 카터의 짧은 인터뷰와 사진을 둘러싼 당시 동료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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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등번호 3번을 은퇴하다> (Alamy Stock Photo)

 

 

기자들은 지구 곳곳의 이야기들 역시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미국의 MLB 선수인 베이브 루스의 마지막 뒷모습, 어린아이에게 말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경찰관, 다리를 잃었지만 굴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다.

 

여전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이 세계에는 풀리지 않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해결의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우리는 그만둬야 하는가?

 

언론의 책임을 진 기자들은 ‘아니’라고 대답하며 현장을 헤매고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인류의 망각과 싸우고 고발의 사명감으로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싸우는 기자들을 향한 찬사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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