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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얼마 전에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면서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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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다보니 더 이전에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복도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의 손에 편지를 쥐어주고 도망가거나 친구의 사물함에 몰래 넣어두었던 적이 많이 있다. 그러면 친구도 그 편지를 읽고 나서 답장을 써서 나에게 전해주곤 했다. 반대로 친구가 먼저 편지를 써준 적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전부터 편지를 써오는 걸 즐기던 나는 편지지를 모으는 것도 즐기고, 받은 편지를 다시 보면서 그때를 돌아보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예쁜 편지지나 마음에 드는 편지지가 있으면 하나씩 사모아 편지지와 편지 봉투들을 모아두었다. 그리고 편지를 쓸 때가 오면 그 사람에게 어떤 편지지가 어울리고 또 무엇으로 써주고 싶은지를 고민해보면서 즐겁게 편지를 써주었다.

 

 

 

변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손편지를 쓰기보다는 카카오톡이나 DM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축하의 말 등을 적어서 보내고 있다. 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생일 축하를 건네거나 할 때면 카카오톡으로 장문의 글을 써서 보내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손편지를 쓰면 좋겠다.

 

첫 번째 이유는, 편지를 쓰면서 글을 쓰기 전에 다시 되돌아보면서 맞는 문장인지, 이렇게 쓰고 싶은 것이 맞는지 등을 여러 번 생각해보면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나 DM, 이메일로 글을 쓴다면 하고 싶은 말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다시 수정할 수 있기에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맞는 문장인지를 여러 번 생각해보기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쉽게 수정하기 힘들고, 고치면 자국이 남는 편지를 많이 써본다면 자연스레 생각해보면서 글을 쓰거나 말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억을 되집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받았던 편지들을 모아둔 나는 가끔씩 눈에 띄거나 생각이 날 때 그들을 다시 보면 어떤 상황에 이 글을 받았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가 떠오른다. 또 그 친구들과 어떻게 놀았는지도 자연히 같이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것들을 모아둔다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간직할 수 있고, 더 잘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줄 계기가 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또한 소중한 사람과의 나눔을 가지며 즐거운 시간과 대화를 보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자주 쓰는 나는 편지를 쓸 때와 편지를 줄 때 등 편지와 관련된 모든 시간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또 편지를 받은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이다. 그리고 편지에 담긴 내 마음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편지를 쓸 때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곱고 예쁜 말을 해주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칭찬과 격려를 잘해주는데 친구에게 쓴 편지를 보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게 '사랑해', '너무 좋아'와 같은 단어들이다. 또 어떤 단어와 표현이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지를 생각해보면서 그 사람과의 추억들을 되짚어볼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지를 전해줄 때와 그 이후에는 소중한 사람과의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즐거운 미래를 보내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선물과 함께 또는 편지만 전해줄 때 받는 사람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과 그걸 받고 읽는 시간, 그리고 편지를 읽고 난 사람과의 대화 등에서 묻어나는 친밀감과 행복 등이 나에게 돌아와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 편지에 그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면서 나중에 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말로만 마음을 전할 때보다 더 자세하게 마음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감사합니다.'나 '사랑해.'보다 덧붙여진 설명과 마음을 함께 전달하면서 우리는 오해 없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솔직하고 자세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 덕분에 나는 손편지로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친구에게도, 선생님께도, 가족에게도 종종 편지를 적고 전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나는 다른 사람들도 편지를 썼으면 해서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연애 편지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저 나의 소중한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편지를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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