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중요한 건 지금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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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단어를 곱씹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골몰한 적은 많았으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적은 없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답하는 수많은 대답을 보며 이게 맞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그것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 들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과 반대되는 감정을 남들에게 잘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두가 힘든 세상 속에서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며 타인에게 전이하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때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면 행복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놀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 다 참으면서 공부하면 그에 맞는 보상이 반드시 따르리라 생각하고 공부했다. 당장 즐거운 것들을 참으며 미래의 행복에 투자했다.
그 끝에 원하는 결과가 없었을 때는 자연스레 나는 모든 목적을 상실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여행을 가야지, 하고 싶은 것을 배우면서 즐겨야지, 친구와 어디를 가야지.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도 할 수 없었다. 전제를 앞세워서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던 모든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함과 동시에 전부 그것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뭐라 말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졌다.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머릿속에는 그날 일과를 다 계획해놓고 반드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손만 움직여서 휴대전화를 붙들고 유튜브만 겨우 보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한 예능 프로그램 속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을 두세 시간가량 모아놓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두 명의 MC가 길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을 즉흥적으로 섭외해 진행하는 인터뷰였다.
영상에는 다양한 사람의 삶이 담겨 있었다. 몇 년 동안 해왔던 일을 그만둔 후 배낭 하나 메고 서울 여행을 하는 사람, 스무 살 이후로 일만 하다가 번 아웃이 와 홀로 제주도 여행을 온 사람,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고 달고나를 파는 사람, 수리 일을 하며 가난한 환경 때문에 공부할 수 없었던 청춘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 등 이들은 각자의 사정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두 즐겁게 대화하며 자신의 삶을 풀어나갔지만, 그 영상을 보며 나는 울었다.
영상 속에 나온 사람 중 그 누구도 뜻하는 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스스로의 기준에 부합하는 행복을 찾아 나가며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꼭 하나의 방향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특정한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구나, 매일 삶의 방향을 타인에게 돌리며 비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도 완전히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결과만 좋으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렇게 좋았던 감정은 단 이틀에 지나지 않았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늘어났고, 그에 맞는 고민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했던 고뇌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느껴졌고 이젠 허무함이 밀려왔다. 결과에서 얻는 기쁨은 잠깐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체 언제 행복해지는 걸까.
행복은 순간에 충실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있다. 순간순간 틈틈이 웃을 일을 많이 만들수록 행복의 양이 늘어나며 풍부해지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스무 살만 되면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해 원하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것으로 생각했고, 스무 살 초반에는 서른 살이 되면 일과 여유가 적당히 갖추어진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막상 스무 살이 되고 계속 나이를 먹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고, 서른 살도 지금껏 생각해왔던 이상향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뚜렷해져 간다.
사람은 완벽으로 향해갈수록 완벽해질 수 없어서 완벽을 쫓을수록 힘들다. 미래는 완벽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서 매일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은 끊임없이 생성되었고 계속 부족한 면만 바라보며 그것을 채우기 위한 시간만 보내다가는 이미 늙어버릴 것 같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 미래만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는 지금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골몰하며 현재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하고 본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적어도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에 충실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힘을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으면 더 웃을 일이 많아지고 마음도 충족이 되겠지, 부모님도 더 만족하시겠지. 라고 곱씹었던 것들은 그때나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상황과 마음이 힘들 때도 소박하게 웃을 수 있었던 순간은 언제나 있었고, 결과가 좋았다고 해도 가족 간의 작은 다툼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험준비와 글쓰기를 병행하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겠냐는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썼던 이유도, 그때가 아니면 이 기회가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앞으로의 나날도 언제나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도 내 삶은 불안하고 미래에 무엇을 해야 만족할지도 잘 모르겠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긴 새벽을 맞이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원래 성격이 그럴뿐더러 다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어서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만을 위해서 계획하고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며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사람들을 만나며 과정에 충실하는 현재를 맞이해나갈 것이다. 오늘 함께 할 사람이 있고, 그들과 좋아하는 것을 볼 여유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나갈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다짐이 조금은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지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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