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상 모두가 '작은 아씨들'처럼 살아가길 바라며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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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키다리 아저씨까지. 고전 소설 속 소녀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고 활기차다. 그래서인지 다른 고전 소설들에 비해 어린이용 전집이나 동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동화책으로만 보았던 '작은 아씨들'의 원작 소설을 성인이 되어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자매들의 10대 시절을 담은 1부, 성인이 된 이후의 2부를 합쳐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임에도 푹 빠져들어 며칠 만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 자매들의 10대 시절만을 축약한 동화를 읽었을 당시 나는 조를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후 마주한 자매들은 저마다의 삶을 충실히 즐긴, 멋지고 존경스러운 인물들이었다.
메그
첫째 메그는 자매들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거침없는 성격의 조와 에이미, 순수하고 착한 베스와 달리 메그는 현실과 이상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렇기에 메그의 감정선이 특히나 공감되고, 현실의 우리와도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
꾸미는 것과 유행을 따라 하기 좋아하는 메그는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길 꿈꾼다. 사회적인 관계에 민감한 10대답게 때때로 가정을 외면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첫째로서 가족들을 먼저 챙기고, 가족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메그는 진정으로 중요한 사랑과 성실의 가치를 잘 아는, 가족과 타인을 위하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한다.
작은 아씨들 2부는 성인이 된 자매들의 근황과 메그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네 자매들 중 유독 어릴 적부터 단란한 가정을 만들기를 꿈꿨던 메그는 때로 좌충우돌을 겪기도 하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가정을 꾸려간다.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인 가족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성인이 된 지금 어렴풋이 느낀다. 그럼에도 그간 메그가 보여준 깊은 생각과 행동을 보며, 그녀의 꿈이 깨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
어린 시절 가장 동경했던 조. 재능 있는 작가이자 털털하고 거침없는, 내게 없는 면을 가진 조가 부러웠다. 하지만 조는 사실 실수도 많고, 걱정스러울 만큼 무모하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다면적인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남녀가 쉽게 어울리지 않던 시대임에도 남자아이들과 곧잘 어울려 놀지만, 부상당한 아버지를 만나러 갈 경비가 부족하자 아끼던 머리칼을 선뜻 잘라 팔기도 한다.
책과 영화, 어떤 형태로든 작은 아씨들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조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뽑곤 한다. 그건 조가 가장 현재 시대상에 가까운 여성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컷이 본인을 본떠 만든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자매들의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조에 대한 내용은 유독 자세히 묘사되어 마치 조의 내면에 들어온 것 같이 느껴졌다. 이를테면 작가로서 자극적인 글과 이상적인 소설 사이에서의 고민, 로리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나도 함께 고민하게 됐달까. 어릴 적 상상했던 완벽한 롤모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여전히 나는 조의 재능과 솔직함, 강인한 실행력을 동경한다.
베스
성실하고 착한, 너무 멋진 베스. 그동안 나는 베스를 그저 착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은 안다. 순수하게 남을 돕고 베푸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베스는 자선의 선행을 드러내는 일이 없으며, 허약한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꼬마 어른이었다. 이런 베스이기에 자신의 죽음조차 덤덤하게, 후회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의외였던 점은 왈가닥인 조와 조용한 베스, 정반대인 것 같은 두 사람이 자매들 중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왜 두 사람이 친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와 신념은 매우 비슷했다. 둘 다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이웃을 돕는 것을 당연한 가치로 여겼다.
또래보다 일찍 어른이 된 베스는 자매들의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했다. 막내 에이미는 물론이고 언니들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베스를 찾았다. 착하다는 것은 사실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하다는 뜻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내면적 여유 없이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베스를 닮아갈 수 있길 바란다.
에이미
마지막으로 에이미. 어릴 적 철없고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에이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동화나 영화에서는 주로 어린 시절의 1부를 다루기에 에이미의 고집 세고 철없는 면모가 부각되곤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에이미는 다재다능하고 진취적이면서도 인내심 많고 타인의 마음을 얻을 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사실 에이미는 언니들의 모습을 조금씩 닮았다. 메그처럼 사교계에 관심이 많고, 조처럼 진취적이고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자 노력하며, 베스처럼 인내심이 강하다. 이처럼 좋은 언니들을 둔 덕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노력하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특히 2부 후반에 이르러 타인의 질투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충고할 줄 알며, 이타적인 삶을 살기를 자처하는 에이미는 1부 초반에는 상상도 못할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에이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로리가 에이미를 좋아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동화나 영화가 아닌 원작에서 조는 한 번도 로리를 좋아한 적이 없다. 조에게 로리는 매우 아끼는 친구였으며, 조의 말처럼 둘이 결혼했다면 서로에게 좋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충동적이고 고집이 센 로리에게는, 본인과 비슷한 성격보다 인내심 있고 현명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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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치 가족을 좋아하게 된 건 이 가족의 중심에는 언제나 선함과 배려가 자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 때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배려와 사랑을 잊지 않고 끝내 멋지게 성장하는 인물들.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한 요즘 사회에서 이런 순수하고 선한 고전들이 더욱 소중해진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작은 아씨들’처럼 자신만의 꿈과 사랑을 키워갈 수 있길 바란다.
[김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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