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끝나고 2025년이 시작됐다. 새로운 해를 맞은 만큼 새로운 마음과 목표로 나아가야 하지만 그전에 2024년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아쉬워 나름의 연말 결산을 하려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영감을 주었던 것들을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다.
내가 뽑는 2024년의 영화, 책, 음악, 작가를 소개한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고른 것들이니 재미 삼아 기분 좋게 봐준다면 좋겠다.
영화 - '퍼펙트 데이즈'
![[크기변환][포맷변환]퍼펙트데이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1/20250101174300_rozwwpge.jpg)
먼저 영화다. 2024년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다.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남자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는 영화로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영화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 그중에서도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이 즐기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영화 중간중간 함께 쓰이는 노래들 역시 아주 멋진데 패티 스미스, 루 리드 등 70년대 록 음악이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한 남자의 인생과 아주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그 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주인공을 보며, 나 역시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함을 다짐하게 된다.
이 영화가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아마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도 컸던 것 같다. 나는 군인의 삶이 일반적인 사회와는 다르게 제한된 것이 많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안에서도 아름답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주인공의 모습은 여전히 내게 놀랍게 다가온다.
책 - '저스트 키즈'
![[포맷변환][크기변환]저스트키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1/20250101174320_ddwughbk.jpg)
다음으로 2024년의 책은 패티 스미스가 쓴 '저스트 키즈'다. 최근에 나온 책은 아니고 2010년에 발간된 책이다.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관계를 기록한 자전적인 책이다.
패티 스미스는 펑크 록 뮤지션이자 시인이고,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사진작가로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활동했던 6, 7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앤디 워홀과 벨벳 언더그라운드, 밥 딜런과 지미 헨드릭스 등 그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의 당시 생생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백미는 패티 스미스와 메이플소프 두 예술가가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며 점차 예술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때로는 그 현실이 너무 아프고 비참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려내는 청춘의 과정은 너무나도 뜨겁고 아름답다.
이 둘의 우정과 사랑이 섞인 성장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 역시 이들처럼 겁 없이 인생에 뛰어들어 있는 그대로를 느끼며, 순수하게 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악 - 시부야계(Satellite Lovers)
지난해 다양한 음악을 들었지만 새롭게 많이 듣게 된 노래가 있다. 아마 특정 곡보다는 장르로 소개하는 게 더 적당할 듯싶다.
작년 여름 유튜브 알고리즘의 우연으로 운명같이 알게 된 노래가 있는데 바로 Satellite Lovers의 'Sons of 1973' 앨범이다.
1996년에 나온 앨범이지만 당시에는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고, 2024년이 되어서 유튜브에서 갑작스러운 주목을 받으며 많은 리스너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앨범이다.
나 역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친구 덕분에 이 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시티팝과는 다르게 보다 가벼우면서도 신나는 특유의 리듬감이 참 좋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런 부류의 노래들을 시부야계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1990년대 초반 도쿄 시부야 지역에서 유행했던 노래를 통칭하는 용어로 팝과 일레트로닉, 재즈, 보사노바가 섞인 독특한 장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찾고 보니 원래부터 즐겨 듣던 Fishmans와 Lamp 역시 시부야계에 속하는 아티스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또는 우연히 듣고 좋아하게 된 음악을 모아보니 '시부야계'라는 장르로 묶인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운명처럼 느껴졌다.
만약 시티팝과는 좀 다른 하우스와 보사노바의 느낌이 나는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 장르의 노래를 추천한다. 시작은 Satellite Lovers의 노래로 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 - 박이소
지난 해 다양한 전시와 책을 보고 새로운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알게 되었지만, 나에게 가장 큰 임팩트를 주었던 건 역시 박이소 작가다.
박이소는 대한민국의 개념미술가로 9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뉴욕에서도 한국에서도 스스로를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체성과 주변부에 관한 치열한 고민이 느껴진다.
민중 미술과 모더니즘 미술로 나뉘어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당시 작가들과는 달리, 미술의 의미를 묻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던 그의 작품은 괜스레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나는 빌리 조엘의 노래인 'Honesty'를 한국어로 번역해 작가가 직접 부른 '정직성'이라는 작품과 투박한 조명과 각목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밝은 미래'라는 설치작품을 좋아한다.
이 두 작품을 감상하고 있자면 작고 사소한 존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르셀 뒤샹을 비롯한 개념 미술가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와 질문이 나에겐 놀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박이소 역시 개념미술가로 분류되는 작가로서 그 작품의 창의성 또한 놀랍지만, 그의 작품에는 애정과 사랑이 묻어난다.
바로 이런 점들이야말로 그의 작품을 지금까지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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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한 해 동안 나에게 특별했던 영화, 책, 음악, 작가들을 소개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색채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많은 창작물이 있고 그중에는 내게 와닿는 좋은 것들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좋은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길지 않은 인생, 좋은 것들만 보기에도 부족한 우리의 인생이다.
2025년에는 또 어떤 좋은 것들을 보고 감동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내가 오늘 소개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 2024년 각자 자신의 좋았던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