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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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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그렇다면 아도르노가 ‘구성적 주체’를 이렇게 비판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아도르노가 ‘주관과 객관에 대한 이중적 차원의 질적 변화’를 목적으로 둔 것이라 해석한다.

 

필자는 그 근거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구성자와 구성된 것의 상호적 관계’에 대한 언급에서 가져온다. 아도르노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다뤄지고 있는 서술에 대한 변증법적 분석으로부터, 『순수이성비판』에는 칸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대립하는 동기들이 상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한편으로 칸트에게서는 순수 이성이 하나의 완결된 체계 이외에는 결코 생각될 수 없는 것임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물을 물 자체와 현상체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우리가 의식하는 현상으로서의 사물이 전체가 아니라는 일종의 ‘블록’의식-아도르노의 표현에 따르면, ‘비동일적인 것’에 대한 의식-이 상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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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아도르노는 다음의 내용을 도출한다. 구성적 주체는 자신에게만 객체에 대한 구성적 계기를 부여함으로써 인식의 성립 조건으로서의 구성자의 위치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그러나 순수 의식으로서의 구성자는 구성된 것이 없다면 가장 추상적이고 기본적인 자신의 형식들이 표상될 수조차 없으므로, 구성된 것 역시 구성자의 성립 조건이 된다는 것이 아도르노의 주장이다.

 

즉, 구성된 것이 없다면 구성자의 사유형식은 타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동시에 구성된 것 역시 사유하는 구성자가 없으면 사유될 수 없다. 따라서 구성자와 구성된 것 간의 관계는 ‘상호-교환적 지 시 관계’의 형태로 서로 조건화되어 있으며, 서로 중첩하여 지시하고 있는 관계이다.

 

 이렇듯 정신 자신의 형식으로부터도 제거될 수 없는 질적 요인이 있다는 부정적 사실은 정신 자체를 ‘탈마법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 사실을 원동력 삼아 정신은 사유와 사태의 부적합성을 추적하고 이 부적합성을 사태에서 경험함으로써, 정신이 자신의 개념을 통해 사유된 것과 사태 자체를 동일시하지 않으면서도 동시 에 비개념적인 것을 확인하고, 객체의 질적 계기들을 정당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주체-객체의 구도는 이중적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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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즉, 주체는 더 이상 인식의 순수한 토대 일 수 없다. 나아가 주체는 더 이상 그 대상들을 불변적인 것, 곧 자체로서 동일한 것으로 만들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객체 우위’의 계기를 지향하게 된다. 주체는 자신이 객관에 덮어씌운 장막을 주체 자신의 힘으로 걷어낼 수 있게 되면서, 전통 철학이 부차적인 것으로 예단해왔던 것들-가령, 주체의 형식에 포섭되지 않는 객관의 고유한 질적 계기인 비동일자-은 더 이상 부차적이거나 종속적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아도르노가 수행한 구성적 주체에 대한 비판은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에서 인식 능력의 검토 작업에 기반하여 인식의 보편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처럼, 아도르노 역시 인식 혹은 이성의 ‘내재적 메커니즘’을 검토함으로써 인식의 진정한 객관성을 정초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한편, 객관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주관과 객관이 상호 구성된다는 것을 주관이 깨닫게 된 이상, 주체의 객체 규정이 영속적으로 고정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주체의 개념에는 사회 내에서의 객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역사적 위치가(geschichtliche Stellenwert)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관이 그 객관을 어떻게 인식하고 관계 맺는지에 따라 주체의 객체 규정이 변화될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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