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드디어 ‘민수’의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다! 맞다, 그 혼란스러운 애.

 

나의 가슴 속에는 항상 품고 다니는 공연 위시리스트가 있다. 마치 겨울철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해 넣어 다니는 지폐 몇 장처럼. 참 다양한 가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공연에 가서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가수와 좋아하는 가수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중 올해 꼭 보고 싶었던 가수들을 몇몇 이야기해보자면,

 

1. 지소쿠리클럽

2. 쏠

3. Wave to earth

4. 한로로

5. 따마

6. 민수

 

딱 이렇게 여섯 명이었다. 이 여섯 명 중 운 좋게 올해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일정이 맞지 않거나 안타깝게 티켓팅에 실패하여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올해 나의 마지막 공연을 장식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렇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바로 민수다.

 

사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나는 저 공연 위시리스트 중 민수의 이번 연말 공연에 가장 기대가 낮은 편이었다. 민수의 노래는 밝고 신나기에 꼭 봄이나 여름에 야외 공연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연말에 진행되는 콘서트라니…. 썩 내키지 않았다.

 

심지어 티켓팅 당일에는 알람을 잘못 맞춰두어 지각까지 했다. 티켓팅이 시작되고 1분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접속했고 왠지 애매한 자리 하나를 잡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민… 분명 내가 직접 공연을 통해 보고 싶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가수인데 왜 이렇게 고민이 되는 건지, 흔들리는 마음에 나의 진심마저 의심되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다.

 

‘이번에도 애매하면, 진짜 안 가는 거야.’ 결국 콘서트 비용을 입금하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갔고, 나는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멜론 티켓은 취소 표가 다음 날 12시부터 풀린다는 글을 하나 읽었다. 그래, 12시부터 미친 듯이 새로고침 버튼 누르면서 제대로 된 자리의 취소 표를 노려보는 거야!

 

그렇게 12시가 되었고, 비장한 마음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어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두세 번 연이어 눌러보았지만, 포도알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마음으로12시 10분이 넘을 때까지 계속해서 무의미한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한 손으론 휴대폰으로 딴짓을 하며…. 그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12시 13분이었다. 갑자기 포도알 여러 개가 보이는 것이다! 알고 보니 멜론 티켓의 취소 표는 정해진 시간 없이 무작위로 취소 표가 풀리는 거였다. 난 잽싸게 가장 먼저 보이는 자리를 클릭했는데, 하필 그게 1열이었다. 누르고도 ‘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눌렀지?’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웬걸 결제창이 넘어가는 것이다. 내가 해낸 것이다. 취켓팅으로 1열 잡기. 이건 아무래도 민수 콘서트에 가라는 신의 계시 같았다.

 

*

 

대망의 12월 26일.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기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나는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민수는 중요한 공연 날마다 항상 날씨가 안 좋았다. 비가 온다거나, 엄청 춥다거나…. 그런데 이날은 특이하게도 해도 쨍쨍하고, 딱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왠지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93C54F79-0690-4C29-805B-36808CEFB717.jpg

 


그렇게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세종문화회관의 S씨어터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민수의 공연이 진행될 장소. 소극장인지라,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사실상 그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민수가 잘 보일 만큼 시야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영광의 1열이니까. 뚜벅뚜벅 가장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티는 안 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걸어가다 멈춰 서서 손뼉이라도 한번 치고 싶을 따름이었다.

 

1열의 시야는 정말 남달랐다. 아니, 시야가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무대와 내 다리가 맞닿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자리에 앉아볼까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진만 몇 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7시에 입장해서 30분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는데, 이때만큼 떨리는 순간이 없었다. 잔잔히 틀어둔 민수의 새 신보가 귓가에 들리고, 곳곳에서 민수에 대한 스몰 토크를 나누는 팬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내가 티켓팅에 실패해서 고민하고 혼자 끙끙 앓았던 시간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이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내 마음속 위시리스트는 틀린 적이 없다.

 

불이 꺼졌다. 이제 시작이다.

 

첫 번째 곡은 ‘사랑 놀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 새로 발매한 정규 앨범의 타이틀 곡 중 하나. 파격적인 민수의 착장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미로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대가 전반적으로 빨간빛의 조명을 띠고 있었는데, 그게 이 노래, 그리고 민수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민수는 이번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이미지 변신을 했었다. 똑 떨어지는 칼 단발에 탈색까지. 사실 나는 예전의 민수가 가진 매력을 너무 좋아했기에 조금 달라진 모습에 약간 실망했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실망은커녕 감탄 밖에 나오질 않았다.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한 곡이 끝났고, 멘트 없이 이어서 바로 다음 노래를 불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민수의 노래 중 하나인 ‘오해금지’였다. 더욱더 익숙한 멜로디에 열심히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음원에서는 피처링 가수가 불렀던 부분까지도 모조리 민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공연의 묘미. 민수 풀 버전 오해금지를 듣는 내내 행복 지수가 점점 높아졌다.

 

두 곡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민수가 수줍게 인사했다. 곡에 대한 짧은 설명도 해주고,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는 둥 팬들과 함께 사담을 나누었는데, 뭔가 참 별거 아닌 대화에서도 그 사람의 매력이 느껴졌다. 다정하고, 순수하고. 내가 노래를 통해 먼저 마주한 민수와 실제 민수가 정말 똑같고 한결같은 사람이라 신기했다. 가끔 공연을 보러 다니다 보면 노래 속 가수와 실제 가수의 성격이 다른 경우도 있어, 민수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민수는 정말 노래 속에 본인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는 사람인 듯했다.

 

짧은 사담을 마친 후 계속해서 공연을 이어 나갔다. 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유독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는 부분을 기록해 보자.

 

‘No worries, I’m good’의 피아노 편곡 버전 무대. 계속 서서 노래를 부르던 민수가 살며시 피아노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노래를 부르기 전, “이 노래 아시면 따라 불러주세요!”라는 한마디까지 던져주고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민수가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불러주는 ‘No worries, I’m good’이라니…. 음원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민수표 희망 가득한 가사와 피아노 소리는 정말 잘 어울렸다. 또, 후렴 부분에서 함께 부르는 팬들의 떼창 소리까지 합쳐져 이게 음원보다 더 음원 같았다. 완벽했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민수가 노래 한 곡을 부르고, 갑자기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어, 이게 뭐지?’ 하고 텅 빈 무대를 바라보는데, 민수는 금세 올라오지 않았다. 세션들의 연주가 빈 무대를 채워줬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갑자기 민수가 새로운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비교적 파격적이었던 의상에서 깜찍하고 알록달록한 민수다운 의상으로 돌아온 것. 순간 반가운 마음에 무대 위로 달려가 꼭 껴안을 뻔했다. 그렇게 의상을 바꿔 입은 민수는 여느 때보다 즐겁게 무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뭔가 이때, 앞으로 볼 30대의 민수와20대의 민수가 바톤 터치를 한 느낌이 들어 참 묘했던 것 같다. 짧은 순간이지만, 뮤지컬을 본 것 같은 느낌.

 

대망의 ‘29’ 무대. 이 무대를 통해 나는 뒤늦게 이 노래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음원으로 들을 땐 가사가 귀에 잘 안 들어왔다. 사실 ‘그냥 잔잔한 노래구나’ 하고 매번 대충 듣고 넘겼던 노래였다. 하지만, 무대를 통해 들은 ‘29’는 달랐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민수가 직접 곡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뭔가 이번 앨범에는 나, 민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고, 그래서 쓰게 된 노래라고.

 

스포트라이트가 딱 민수에게만 켜지고, 음원으로 줄곧 들었던 반주가 시작됐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민수가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확- 집중됐다.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듯했지만, 사실상 본인의 이야기를 대화하듯 늘어놓는 느낌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고, 민수가 좋아졌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 이 노래 하나로 ‘김민수’라는 사람을 알 수 있었다.

 

 

Mgz_Sub_IMG_20240925145256.jpg

 

Mgz_Sub_IMG_20240925145141.jpg

 

 

“저는 뭐가 그렇게 다 끝나는 것처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20대는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저는 꾸준히 계속 살아 나갈 거예요. 정규 10집까지 내는 게 목표예요. 그때쯤이면 한 50살이 되어 있으려나?”

 

민수가 말했다.

 

민수는 20대의 끝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게 너무 잘 느껴져서 괜히 나까지도 벅차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나 또한 ‘29’라는 숫자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20대가 끝나면 세상이 다 끝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절대 그게 아니라는 거, 그 증거로 이 공연을 내밀고 싶다. 나는 도리어 30살의 내가, 그리고 민수가 기대되기 시작됐다.

 

What a 29!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