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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 중 최애를 꼽으라면 단연코 응답하라 1988이다.

 

이 드라마는 1988년 서울 쌍문동 봉황당 골목을 배경으로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따뜻한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잔잔한 코믹 요소가 어우러져 정주행만 일곱 번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봤고, 2~3번째는 기존 드라마의 과장된 캐릭터와 빌런들에 지쳐서 찾게 되었다. 그러나 5~6번째 보게 되면서 슬픔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몰려왔다.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인데, 왜 슬픔이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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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인공 덕선이는 71년생으로, 나의 엄마와 동갑이다.

 

덕선은 언제나 밝고 활기찬 캐릭터다. 2000년대생인 나는 그 시대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그리고 엄마의 청춘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호기심을 가득 안고 드라마를 시청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부르며 춤추던 소년들, 엄마들의 단골 스타일이던 뽀글이 파마머리까지. 드라마는 나와는 다른 시대를 담고 있지만, 골목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덕선이와 그 친구들의 일상은 작지만 소중했다. 밤새 웃고 떠들던 친구들과의 시간, 학교 야자 시간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날들, 그리고 집안의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버티는 모습까지. 모든 장면들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덕선의 이야기를 보면서 깨달았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골목에선 정이 넘쳤고, 때론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이웃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덕선이의 밝고 순수한 모습은 그 자체로 시대의 상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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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잊고 살았다. 엄마에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내 유년기, 천진난만하고 귀여웠던 시절. 그리고 시끄럽고 방황도 많았던 청소년기. 찬란하고 화려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시간을 엄마도 지나왔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엄마는 30대에 나를 낳고, 오직 누군가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걸까. 엄마의 세계에는 우리가 전부였을 텐데, 딸인 나는 그 사실조차 헤아리지 못했다.


대학에 다니며 종종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대학 다닐 땐 수강신청 어떻게 했어?"

"엄마도 CC 해봤어?"

"엄마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가 더 재미있었지?"


그러면 엄마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아니, 나는 지금이 더 행복해."


솔직히 말하자면, 엄마가 나이를 먹어가는 게 싫다. 엄마의 얼굴에 생긴 자연스러운 주름도,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도 사랑하지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엄마의 청춘이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런 엄마가 있었기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나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엄마의 친구로 태어날 것이다. 엄마의 친구로 태어나 엄마의 가장 찬란했던 모든 순간들을 내 눈으로 담고, 엄마의 청춘을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다. 항상 엄마의 청춘이 궁금했던 나에게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응답하라 1988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는다.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게 끝난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쌍팔년도, 내 젊은 날이여."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엄마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하다.

 

엄마도 자신의 청춘이 그리울까? 그리고 나도 언젠가 오늘의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날이 올까?

 

그리움은 시간의 특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아마 언젠가 지금의 나 역시 과거의 어떤 순간을 꺼내 보며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회상하게 될 것이다.

 

엄마가 내게 준 따뜻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함께했던 수많은 순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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