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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게 만드는 완연히 시린 연말이다. 이맘때면 왠지 로트렉의 그림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날, 불그스름한 듯 노란 조명과 사람들이 가득 들어 찬 뿌연 공기의 실내 공연장, 퍼 달린 코트와 깃털 달린 모자, 춤추는 무희.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아마 벨 에포크 Belle Époque 의 찬란한 밤, 로맨틱하면서도 묘하게 쌀쌀한 세기말적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낸 화가일 것이다.

 

여기, 연말 감성과 잘 어울리는 인간적 시선이 담긴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전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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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로트렉: 몽마르트의 별>은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전시로, 내년 3월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전시는 특히 물랑 루즈의 작은 거인으로 불렸던 ‘현대 그래픽 포스터의 선구자’로서, 인간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삶들을 화폭에 담아냈던 ‘휴머니스트’로서 그의 모습을 조명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1-3장에서는 짧고 굵은 생애를 살았던 그의 각종 포스터/석판화 작업을 연대순으로 만나볼 수 있다. 4장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에서는 로트렉 뿐만 아니라 알폰스 무하를 비롯한 당대의 아르누보를 이끌었던 예술가들의 그래픽 포스터 작업들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큰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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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보헤미안’에서는 그의 실험적인 포스터 디자인과 독보적인 화풍을 엿볼 수 있다.

 

2장 ‘휴머니스트’에서는 특히 몽마르트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담백하게 담아낸 그의 작업들을 다룬다.

 

3장 ‘몽마르트의 별’은 그의 인생 후반기 작업을 보여준다. 제인 아브릴을 비롯해 물랑 루즈의 오랜 시절을 함께 보냈던 이들부터 어린 시절부터 그가 사랑했던 강아지, 말, 서커스의 모습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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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쳐 지나가는 흔한 사람들의 모습을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냈다.

 

위의 <금박 가면의 박스석>을 살펴 보자. 오페라 글라스를 대고 공연을 감상하는 검은 옷의 여인과 화면 전체에 강하게 드리운 듯한 그림자, 박스석의 붉은 장막은 그 아래의 무대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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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은 그 제목과도 걸맞게 잠자는 여인의 붉은 입술이 도드라진다.

 

어두운 방, 잠든 여인 옆의 작은 탁자에는 왠지 불을 켤 수 있는 작은 조명이 있을 것만 같다. 로트렉의 작품들은 화면 너머의 공간,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시선이 머무는 인물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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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로트렉 특유의 시선이 묻어나는 작품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특히 전시의 2장, ‘휴머니스트’를 찬찬히 살피길 권한다.

 

<잠자는 여인 – 기상>을 비롯한 엘르 연작이 그렇다. 그는 물랑 루즈의 하층 계급 사람들, 무희들, 매춘부들 삶을 화폭에 담아냈다. 화려하게 장식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은 물론 그 이면의 일상적 순간들까지도 말이다.

 

무희들의 일상을 그린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노골적 관음이 아니라 극도로 담백하면서도 사랑이 담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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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에서 우연히 만난 54호 선실의 여행객

 

 

36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에 관한 평가와 인식은 다소 갈리는 편이다.

 

그를 신체적 장애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이 결핍된 유년기, 무절제한 술과 생활로 이어진 콤플렉스, 화려한 물랑 루즈 속의 아웃사이더와 같은 키워드로 평가하기도 한다. 혹은 그를 작은 거인, 물랑 루즈의 호방한 스타, 신체적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거장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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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툴루즈 로트렉이 생전 남겼던 말이다.

 

그렇다. 그가 시선 끝에 담아냈던 어떤 인생의 단편들은 아름답다. 어떻게 예술가의 작품에서 그의 삶, 장애, 콤플렉스, 결핍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로트렉의 굴곡지고도 찬란한 삶에서 그것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은 크게 안타까울 일이다.

 

<툴루즈-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전시는 그의 삶과 결핍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가 담았던 담백하고도 인간적이었던 시선, 그가 삶을 바라보았던 방식, 그가 사랑했던 것들을 오롯이 조명한다.

 

전시의 가장 말미, 전시장을 떠나기 전에 감상자들은 그의 사진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 무수한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포스터들과 물랑 루즈의 낮과 밤을 담아냈던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림들에 스몄던 인간적인 시선이 완연한 그의 것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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