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벼락 맞을 각오로 하는 벼락치기 [문화 전반]

우리가 벼락치기를 하는 이유
글 입력 2024.12.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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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 임박하여 급히 서둘러 일을 하는 방식.


중학교 때부터 한 학기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두 번씩 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시험 기간을 겪었다. 다음 시험 때는 결코 벼락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왜 항상 나는 벼락치기를 하게 될까.


심리적 요인일까? 아니면 벼락치기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 미리 공부를 하려고 하면 몸이 거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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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요인 몇 가지 가정해보자.

 

1. 완벽주의? 두려움? - 나는 나름대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시작조차 두려워지는 게 아닐까?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성격 탓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시작하는 게 싫어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들면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집중하려고 한다. 시작을 미루고 미루다 보면 결국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

 

시험을 잘 못 보는 걸 두려워해 이럴 때는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내가 다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갖고 벼락치기 모드로 돌입하게 된다.

  

2.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집중력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나의 최고 집중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즉, 미리 공부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셈이다.

 

나 자신에게 "어차피 시간이 충분하니까 조금만 더 미뤄도 괜찮다"며 공부를 미루게 되고, 그 결과 급하게 할 때보다 덜 집중하게 된다. 결국 시험 전날이 되면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벼락치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나도 사실 이런 공부 방식이 더 익숙하다"며 이 방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3. 벼락치기는 곧 스스로를 시험하는 단계? - 기말(중간)고사는 마치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며 내가 다시 올라올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 같기도 하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긴장과 압박감이 커지며, 나도 모르게 벼랑 끝에 매달리듯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벼랑에 매달려 다시 올라오면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자존감을 높인다.

 

공부를 미리 해서 시험을 잘 보는 것보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쌓아가는 나의 성과를 보며 도파민에 더 심취한다. 이 과정에서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나를 압박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피폐해지고, 이런 상태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몸과 마음 모두 지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락치기가 내게 주는 도파민은 마치 '나의 비상한 머리' 덕분에 잘 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 세 가지 요인을 분석하면서도 나는 안다. 다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벼락치기는 나의 몸과 정신을 더 피폐하게 만들 뿐,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시험이 다 끝나고 '더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10분만 더, 5분만 더, 1분만 더..' 하지 말고 당장 책을 펴 공부하자. (물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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