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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NUDGE’는 전통예술의 현주소를 선보이는 공연들로 구성되어 있다.
 
11월과 12월에 걸쳐 총 다섯 팀의 아티스트가 공연을 진행하고, 지난 토요일 11월 30일에는 김주슬기의 “Present+ing” 공연이 실연되었다.
 
김주슬기는 무대 공간을 꾸려 나가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 장르와 설치미술 장르 등을 통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 “Present+ing”는 소리꾼 강나현, 전자음악의 홍석영과 함께했는데, 공연의 제목에 걸맞게 ‘현재’가 어떤 것인지를 보이는 즉흥적인 실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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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장소인 김희수아트센터에 도착하자 마자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빈 종이였다. 이때부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직원 분의 지시에 따라서 빈 종이에 생각나는 단어를 아무거나 적어서 제출했고, 이날 내가 적은 단어는 “눈사람”이었다. 며칠 전 폭설의 영향일 수도 있고, 왠지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구체적인 단어를 적고 싶기도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소리꾼 강나현 님이 참석한 인원이 작성한 단어를 하나하나 읊기 시작했다. 여러 단어가 적혀 있었고, 날씨 탓인지 나처럼 겨울과 관련된 단어를 적은 사람들이 많았다. 동시에 ‘요로결석’ 같이 다소 짓궂은 단어를 적어서 낸 사람도 있었고, 추상적인 단어를 적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동안에 김주슬기 님은 컵에 물을 채운 뒤 회전하는 막대를 컵에 부딪히게 만들며 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적혀진 단어를 잘 선별하여 주제를 붙였다. 내가 제출한 단어는 겨울에 대한 분위기를 잘 보이는 단어들과 함께 놓였다. 또한, ‘지금’에 대한 단어를 보이는 단어 또한 한 묶음으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단어를 김주슬기 님에게 전달하면, 곧바로 그 단어들에 관련한 짧은 노랫말을 구성한다. 그리고 홍석영 님이 김주슬기 님이 구성한 음들을 추출하여 이 극의 바탕이 될 음악을 만든다. 이어서 강나현 님이 전달받은 노랫말을 몇 번씩 읊으며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즉흥적으로 음악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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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우연과 즉흥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하나의 공연으로서 의미가 있다.
 
완벽한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것은 정말 가능한 것인가? 모든 것이 계획 하에 기획되어 완성된 것들에 대해 반문하는 듯 보였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우연’과 그 우연을 통해서 빚어내는 ‘즉흥’이 완벽하게 계획된 무대보다 더 그 자신만의 창발하는 가치를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이 계획 하에 이루어진 아름다운 공연 한 편, 이것은 기획 당시의 사고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특별한 우연이 침입할 수 없다. 침입하더라도 그것은 잘 기획된 계획 아래에서 다듬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투박한 우연 속에서 완성된 것은 어떠할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즉흥’이라 부른다. 모든 사고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되며, 바로 이곳에서 탄생한다. ‘즉흥’은 여러 우연들이 침입하여 바로 이곳에,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공연은 다시는 반복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이는 모든 극들과 공연들이 어느정도 공유하는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연과 즉흥에 내맡겨진 것과는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서만 가능했던 그 공연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또한, 즉흥의 가능성을 과감하게 실험한 해당 기획에 감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에 내가 목격한 것, 그것이 바로 즉흥의 의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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