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초등학생 때, 학기 초마다 담임 선생님의 주도하에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하곤 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도 해보고, 빙고 게임, 의자 뺏기 등 여러 재밌는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어색했던 분위기가 편해진 것 같았다. 다시 어느 순간 돌아보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내가 있었고, 그렇게 학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을 거쳐 성인이 될수록 점점 나를 소개할 시간이 적어졌다. 더 이상 자기소개를 할 만큼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어색한 공기 속에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며 친구를 사귀었다. 성인이 된 나는 이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이, 엠비티아이 정도밖에 소개하지 않는다. 때로 타인과 성향으로 인해 충돌하면, 나를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어땠을지라는 생각도 든다.

 

 

자기소개 빙고

 

살면서 자기소개서를 수도 없이 쓰는데, 정작 인간관계에서는 자신을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다. 원래 내 성격인데, 의도치 않게 상대가 오해하는 경험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여기에서는 자기소개 빙고를 통해,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초등학생 때 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마음을 콘텐츠 기획 과제에 담아본 적 있다. 나를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딱 한 시간만이라도 있으면 어떨까?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해오던 차에, 프로젝트 당신을 통해 날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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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잡으니, 이번에는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친구들의 블로그에서  한참 유행했던 취향 형성의 뿌리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내 취향의 뿌리로 자기소개를 해보면 어떨까? 아트인사이트에는 모두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모인 만큼, 내가 사랑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 취향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쩌다 내가 문화예술에 푹 빠졌는지!물론 저 질문에 모두 답했다가는 장문의 글이 될 테니, 두 개만 골라 답해보고자 한다.


 

 

나와 공명하는 시 한 편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께 나는 ‘절대 수업 시간에 졸지 않는 아이’였다. 다른 시간에는 다 책상에 엎어져 졸아도, 국어 시간에는 최대한 깨어 있으려고 온 힘을 다했다. 한번 시험 기간에 꾸벅꾸벅 졸자, 국어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 같이 걱정해 준 기억도 난다.

 

내가 어떻게든 국어 시간을 지키고자 한 이유는 문학이 좋아서였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가슴을 울렸고, 소설의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런 날 보며 국어 선생님은 “이런 게 좋으면 문학 전공해야 해~”라고 장난식으로 말하셨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에서이다. ‘슬프다‘ ’기쁘다‘와 같은 단어만으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시에서는 표현할 수 있었다. 시를 읽으면서, 옛날에는 언어로 하지 못했던 감정들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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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로 돌아와서, 주변의 친구들에 비하면 시를 많이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쯤은 시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24년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은 최승자 시인이다. 최승자 시인의 시는 어딘가 꼭꼭 씹어 읽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를 꾹 눌러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된 계기는 실비아 플라스를 통해서였다. 한참 실비아를 조사하던 중 <자살의 연구>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책의 역자인 최승자 시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시집 <기억의 집>에 실려 있는 <그날의 함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 4.19에 부쳐>이다. 나는 당시를 살아본 사람도 아니고, 오랜 세월이 지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사람임에도 시를 읽다 보면 그때의 열기, 희망을 엿보는 기분이다. 그 외에도 같은 시집의 <희망의 감옥> 등의 시를 정말로 좋아한다. 시집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추천하는, 그 정도로 좋아하는 시집이다.


 

 

좋아하는 연극/뮤지컬 속 음악


 

원 질문은 좋아하는 영화 음악이었지만, 영화보다는 연극과 뮤지컬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훨씬 많다 보니 질문을 바꾸었다. 그래도 살짝 원 질문에 답해보자면, 엔니오 모리코네의 < Childhood and Manhood >를 정말 좋아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영화보다 연극 <빵야>에 삽입된 곡으로 먼저 알았다. 조금만 삶이 여유로워지면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원래 이야기를 이어보겠다.

 

좋아하는 연극 음악 중에는 연극 <흑백다방>에 삽입되었던 노고지리의 <찻잔>이 있다. 극의 마지막, 배우들이 무반주로 흥얼거리던 노래가 음악으로 바뀌는 장면을 정말로 사랑한다.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던 장면이다.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은 이 노래만 돌려 들었다.

 

뮤지컬 음악 중에는 <스모크>의 <날개> 넘버를 좋아한다. <스모크>는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두가 아는, 이상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극의 마지막에 ”날자, 날자, 날자“며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지고, 한 발짝 내딛는 인물들의 모습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한 발짝 내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런 음악이기에 내가 최고로 뽑는 뮤지컬 넘버가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수능을 준비할 때 들으며 많은 힘이 된 음악이라는 이유도 있다.


 

이렇게 가볍게 문화예술로 나를 소개해 보았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문화 예술을 마주했고, 앞으로도 계속 접할 예정이니 지금의 자기소개는 지금 24년의 나밖에 할 수 없는 소개라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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