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그리고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보다는 따스하고 밝은 분위기를 머릿속으로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따스하고 단란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풍긴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12월의 도쿄. 술주정뱅이 아저씨와 가출 여고생, 그리고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 공통점이라곤 길거리에서 노숙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 것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세 사람은 우연히 쓰레기 더미에서 갓난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세 사람은 버려진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자며 도쿄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 세 사람은 아이를 본래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주는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는 사이가 된다.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던 아기도, 아이를 위해 험난한 여정을 함께했던 세 사람 역시 각자의 해피 엔딩을 맞으며 끝이 난다.
한 명의 천사 혹은 네 명의 천사
술주정뱅이 아저씨, 긴짱이 아기를 ‘키요코’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자, 나머지 두 사람도 역시 자연스레 ‘키요코’라고 지칭하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키요코 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다가도, 키요코 덕분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의 신기하고 우연한 일들을 겪게 된다.
영화 내에서는 이 세 명이 키요코 덕분에 뜻밖의 행운을 얻게 되었다고 묘사되지만, 오히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갓난아기 키요코에게 내려온 세 명의 어리숙한 천사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연한 행운은 없다고 생각한다. 행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만 해도 가만히 있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네 잎 클로버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토끼풀 중 네 잎 클로버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세 사람은 모른 체 하고 지나칠 수 있었음에도 갓난아이를 돕기 위한 결심을 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빚 때문에 거리로 나오게 된 긴짱, 가족의 존재 여부를 모른 채로 게이바에서 지냈던 하나짱, 부모님과의 불화로 가출 청소년이 된 미유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지인이자, 동시에 우리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씁쓸한 감정 역시 동반되었던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혹자는 억지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우연을 가장한 기적들이 나에게는 그저 그동안 그들이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느껴졌다.
다가오는 연말, 괜스레 어수선해지는 마음에 따스한 불을 밝혀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