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라는 사이트를 아시는지. 글이 실린 바로 여기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일정 인원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분들일 테고, 모종의 이유로 이 공간에 닿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후자를 위한 짧은 설명. 이곳은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말을 걸어오는 공간이다.
나의 문화예술은 이러합니다. 당신의 문화예술은 무엇인가요.
문화예술, 향유
문화예술을 향유한다고들 한다. 향유란 '누리어 가지다'라는 뜻. 아무래도 예술은 나쁘기보단 좋은 것일 테니 누리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가진다고?
문화예술의 향유로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는 걸까.
그러게. 문화예술이 뭐길래. 이건 이번 에디터 지원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본 에디터의 지원서 일부를 첨부한다.
문화예술을 감상할 때면 현실은 잠시 잊게 됩니다. 영화를 상영할 때 영화관의 불이 일제히 꺼지는 것처럼 주위 현실에서 잠시 불이 딸-깍 하고 꺼지는 것이죠. 이 강제적인 셧다운은 생각에 도움을 줍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거쳐 가야 하는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물론 생각하지 않아도 살 수는 있습니다. 살아갈 수는 있죠. 그렇지만 생각 없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숨이 막혀 옵니다. 그럴 때마다 매캐한 연기를 빼내기 위해 창문을 열어 환기하듯 예술을 찾습니다.
그러니까, 문화예술이란 숨구멍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공기가 지나갔던 시간이요, 경험이고, 생각이다. 평소와 다른 경험으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통로.
하다못해 불도 공기가 있어야 계속 타는 법이다. 숨구멍을 찾을 여유도 없는 지금의 시대가 차가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불붙는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숨구멍이 없는 사회에는 공기가 없어 불이 붙지 않는다. 이쪽도, 저쪽도 본인의 생각을 정립할 여유가 없다.
하물며 반대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야 있을까. 그렇게 다름은 그저 '틀림'으로 규정되고 다양했던 사회는 커뮤니티라는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좁아진다.
문화경험, 공유
그렇기에 우리는 문화예술을 누리고 가지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은 것은 나누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남는 것은 예술 그 자체라기보다는 경험과 생각이다. 그러니 공유할 것도 문화에 대한 경험과 생각이다. 정답도 오답도 없는 문화경험이야말로 서로의 의견을 듣기 딱 좋은 매개체이다.
여기, 구름 사이로 무지개 하나가 떴다.
무지개는 동심의 원형, 환상, 혹은 LGBT의 상징.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무지개가 생기다니 신기하군. 물방울들이 프리즘 역할을 했나 봐.
무지개 하나를 보아도 사람마다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감상을 한다. 이 다른 생각들을 서로에게 말해주는 것이 문화경험의 공유이다. 이렇듯 문화경험의 공유란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무지개가 얼마나 아름다웠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금 더 정제시켜 너무 뾰족하지 않게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 그리고 상대가 내어주는 것을 완전히 납득하지는 않더라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
우리는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함께 들여다보기에 경험의 공유는 그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진실한 소통이다. 지금 당장 주고받지 않아도 좋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혹은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절은 성공이다. 부디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회에 숨구멍을 틔워주자.
이 글을 읽는 당신, 오늘은 어떤 문화예술을 경험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