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의 세계로 힘차게 한 발짝 - 오페라 '투란도트'

글 입력 2024.10.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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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 분야의 다양한 유형- 음악 연주, 춤 공연,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을 훑어봤을 때, 가장 심리적 장벽이 높았던 것을 꼽자면 오페라였다. 여러 이유 중 티켓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인식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꽤 큰 허들이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연기와 노래가 융합되는 것에 특별한 부담감이나 거부감은 없으나, 그럼에도 극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노래라는 것은 보는 입장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충분히 몰입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2012 Turandot atto III 04 08 dl foto Ennevi_hr.jpg

 

 

그런 마음에 기대 반 불안함 반으로 찾아온 체조경기장은 이미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이전에 콘서트를 보러 여러 번 왔던 곳이었는데도, 처음 오페라를 본다는 마음에 이전의 경험이 리셋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시작 직전에 들어가서였는지, 무대에는 벌써 군중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올라와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투란도트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무대 위를 뒤덮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누가 칼라프인지, 누가 류인지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약간은 어리벙벙한 채로 1막이 시작되었다.


사실 1막 초반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컸고, 집중이 잘 안되었다. 처음 경험한 오페라였기에 이것이 오페라의 일반적인 특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연이라고 해서 핀포인트 조명을 비추지는 않는 데다가, 무대 양옆 스크린에 있는 한국어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 보다 보니 방금 노래를 부른 게 누구였는지 알 수가 없었던 탓이다. 결국 자막을 반쯤 포기하고(어차피 내용은 알고 있었으니까)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오페라를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꼭 줄거리 정도라도 미리 알고 가시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의 높낮이를 알기 어려운 노래를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스토리, 들려오는 말이 한국말이어도 익숙하지 않았을 이런 상황에 간결한 자막만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몰입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미리 어느 정도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제일 좋고, 그게 어렵다면 막이나 장이 바뀔 때마다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줄거리를 숙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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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같은 경우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호흡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극인데, 그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한 갈등 구조와 서사이며, 둘째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세트이고, 마지막은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황녀 투란도트에게 첫눈에 반한 망국의 왕자 칼라프가 투란도트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낸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끝내 성공한다는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게다가 하루 이틀간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았기에 갈등 구조가 복잡할 수 없다. 투란도트와 칼라프, 류와 같은 주요 인물들은 모두 입체적이라기보다는 타오르는 분노, 강렬한 사랑, 지고지순한 희생정신 등 단편적인 특징만이 강조되므로 더욱 이해하기 쉽다.


아울러, 2막 2장에서 황궁을 보여주는 무대 세트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려하기 그지없다.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황금빛의 궁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의상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는 어둡고 칙칙하던 1막의 광장과 대비되며 더욱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세트만으로도 이 극을 볼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로 대표되는 투란도트의 음악은 멜로디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맞물려 귀를 더 황홀하게 만든다. 스토리가 단순한 만큼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되는 점도 있어, 지금 등장인물이 하는 말보다는 그가 노래하는 선율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이처럼 눈과 귀가 극도로 즐거워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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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대를 제외하고라도, 전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다는 생소한 특징, 거기에 (왠지 옷을 신경 써서 입고 가야만 할 것 같은) 오페라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부담감까지 감안한다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극을 '즐기고'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페라 투란도트는 누구든지 오페라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나와 같은 입문자에게는 오페라의 정석 같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아레나 디 베로나'의 공연으로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오페라가 부담스럽다거나, 지루할 것 같다거나,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공연은 충분히 그 선입견을 깨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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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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