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전의 영속성에 대하여 [영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감상하고
글 입력 2024.10.22 18: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편) 포스터.jpg

 

 

나에게 올해 상반기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 진리에 집착한 시기였다. 인간은 내적으로 또는 외적으로 변화를 맞닥뜨려야 할 때 본능적으로 불변에 집착한다고 한다. 불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기로부터 도피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기를 버티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불변의 진리를 갈급했다.


그러면서 늦게나마 나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으로 구성 되었는가. 내 안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근본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 기원을 더듬더듬 찾아가다 이 영화를 발견했다. 무려 69년도에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감상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나의 뿌리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다시 시청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뮤지컬 영화를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고전이 고전으로 전승되는 핵심 이유라고 생각한다. 본문에서는 영화 주인공인 마리아의 삶과 영화에 삽입된 음악의 제목을 바탕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음악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견습 수녀 ‘마리아’는 우연히 원장 수녀를 통해 해군인 폰 트랩 대령 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 폰 트랩 대령의 일곱 자녀는 마리아에게 마음을 열고 의지하지 않지만 마리아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마리아의 음악은 아내를 잃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 마리아와 아이들을 냉대했던 폰 트랩 대령의 마음도 열게 한다. 결국 이들은 한 가족이 되어 파시즘에 강한 반대를 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 도레미.jpg

 

 

이 영화에서는 현 시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여러 노래를 장면 사이사이에 넣음으로써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단순한 뮤지컬 영화로 보이지만 영화에 들어간 모든 노래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며, 세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 마이 페이보릿 띵.jpg

 

 

[My favorite Things] 천둥번개가 무서워 자신의 방으로 도망쳐온 아이들에게 마리아는 장미꽃 위의 빗방울과 고양이의 수염, 밝은 구릿빛 주전자와 따뜻한 장갑, 줄로 묶여있는 갈색 소포를 이야기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노래한다. [DO RE MI] 또 단 한 번도 아이처럼 자유롭게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레미 송을 알려주며 자유를 알려준다. 아이들은 노래로 전해지는 마리아의 따듯한 진심을 느끼고 비로소 아이들처럼 행동한다.

 

마리아의 진심은 아이들을 넘어 폰 트랩 대령에게 닿는다. [The Sound of Music] 아이들이 아버지와 그의 약혼녀를 위해 준비한 노래가 폰 트랩 대령의 집에서 흘러나온다. 노래는 음악을 통해 마음이 축복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아이들을 마주한 대령은 결국 자신이 옳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마리아의 교육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 the sound of music.jpg

 

 

마리아의 음악은 어른과 아이 구별할 것 없이 모두에게 잊고 있던 심장의 소리를 듣게 해주었다. 음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잊었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며,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일지 몰라도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음악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2.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가 있다


 

마리아는 음악을 통해 폰 트랩 가족에 사랑과 위로를 전달했으나 마리아 역시 때로는 좌절하기도 했다. 자신이 이미 약혼녀가 있는 폰 트랩 대령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리아는 원래 있던 수녀원으로 도피하게 된다. 수녀원에서 마리아는 고뇌한다. 두려움이 발을 묶어 계속해서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리아는 원장 수녀의 용기를 불어넣는 말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폰 트랩 가로 돌아간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 수녀.jpg

 

 

수녀원은 마리아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상징을 가진다. 외부와 단절되어 변화가 없는 공간, 즉 계속해서 변화하는 폰 트랩 대령의 집과 대비되는 안정의 공간이다. 원장 수녀는 이를 콕 집어 말한다. 수녀원은 문제를 숨기는 공간이 아니며 세상에 나가 문제를 맞서 해결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가끔 두려운 감정에 휩싸여 자극이 없는 나만의 온실로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보냈던 반년의 시간도 이와 유사했다. 사랑과 행복을 노래하던 마리아도 두려움 앞에선 숨어버리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마리아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Climb Ev'ry Mountain] 더불어 인간이 두려움에 침잠되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이라는 점도 덧붙인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마리아 귀환.jpg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쉽고 당연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말로 두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용기를 내는 일이란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해답은 하나라는 것. 고뇌의 고리를 끊고 두려움을 직면하는 것 뿐이라는 점을 이 대목에서 깊이 느낄 수 있다.

 

 

 

3.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신념


 

영화는 1930년대 나치 독재가 오스트리아에 영향을 미치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폰 트랩 대령은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나치 정권은 점점 더 그의 목을 조여온다. 결국 이들은 가족 합창단으로 무대에 올라 [So Long, Farewell]을 합창한 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도망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푸르른 산 중턱에 홀로 기타를 치며 자연을 음미하던 마리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과 7명의 아이들과 삶의 다음 장을 이어 나가기 위해 산을 묵묵히 걸어 나간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오스트리아 국기.jpg

 

 

영화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민중들이 겪던 어두운 시기에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주 어릴 땐 폰 트랩 가족의 이동이 단순한 피난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는 명확하고 단단한 신념을 굽히지 않은 채 새로운 삶의 장을 이어 나간다는 의미의 이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delweiss] 작고 하얀, 깨끗하고 밝은 에델바이스처럼 영원히 조국의 축복을 비는 폰 트랩 대령의 신념이 담긴 새 출발의 의미이다.

 

내적, 외적인 성장통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마리아를 나는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터전에서도 분명 갖은 문제와 고난이 닥치겠지만 진심에서 비롯되는 자신만의 명확한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믿게 한다.

 


[포맷변환][크기변환]편)마지막 장면.jpg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를 재관람하며 어린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간의 심장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사랑, 용기, 두려움과 같은 보편적 감정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변해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들. 세상이 급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마음에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는 의미이다. 고전은 늘 우리에게 불변하는 것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면 고전이라는 창작물의 페이지를 살짝 넘겨보는 것도 좋겠다.

 

 

[김효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12.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