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의 플레이리스트

1. 샤이니 - 너와 나의 거리
글 입력 2024.10.18 16: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별은 누구에게나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그 이별에는 추억이 뒤따른다."

 

누군가에게 그 추억은 가슴이 사무치고 찢어질 정도의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피식 웃게 되는 마치 숨겨두었던 달콤한 초콜릿을 꺼내 먹는 작은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추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길을 걸어가다가 떠나간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벤치를 마주했을 때, 함께 탔던 버스를 탈 때, 인사를 나눴던 지하철역을 올라갈 때처럼 큰 이유가 아닌 항상 그랬던, 항상 함께 했던 그 작은 장소나 작은 사물을 마주하는 순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 한 곡이 있다.


 

샤이니의 '너와 나의 거리'

 

 

이 곡은 “바라던 바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가수 선우정아와 샤이니 온유가 함께 버스킹 무대를 만들었다. 건반 하나에 맞춰 노래를 만들어가는 그 둘의 목소리의 정체성은 나에게 있어서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이별이 따뜻해지고 있어


 

나는 몇 해 전 이별을 겪었다. 나는 놓쳤고, 그는 떠났다.

 

이 생각은 당시에도, 지금도 계속 떠나지 않는다. 이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저 시간이 흘러감에 씻겨 내려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순간, 그를 놓쳤던 날의 기억이 다시 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 좌절과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앞에서 말한 감정들 사이로 뭔가 따뜻한 감정이 새롭게 피어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추억이라는 것을. 이 곡의 원곡자인 샤이니도 나와 같은 이별을 겪었다.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부른 온유도 가장 소중했던 멤버를 떠나보낸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부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슬픈 감정으로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추억’이라는 따뜻한 것을 꺼내며 불렀다.

 

 

 

달을 바라보는 '지구인', 그리고 손에 닿을 수 없는 '달'


 

20241018162404_golcqnet.jpg


 

특히 이 곡은 자신과 사랑하는 대상의 관계를 지구인과 달의 관계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데 그 둘 사이에 있었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둘의 추억이 노래에서 잘 드러난다. 간단하게 이 노래를 설명해 보려고 한다.

 

달은 지구인에게 있어서 항상 눈앞에 보이는 존재이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뻗고 달려가도 절대 닿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한다.

 

지구인과 달 사이의 이 거리감을 솔직한 가사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손을 더 뻗어도 온 힘을 다해 뻗어도 넌 닿지 않아’ 라는 가사가 참 인상 깊었다. ‘항상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달처럼 내 눈에는 당신의 흔적이 보이지만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닿을 수 없어.’라는 말을 표현한 듯 느껴졌다. 그리고 곡의 후렴 부분에서 샤이니 멤버들의 고음이 참 돋보인다. 첫 번째 후렴 부분에서 힘을 빼고 가사를 툭툭 던지듯 불렀다. 곡의 초반이라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체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끝없이 노력했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달을 보며 힘이 다 빠진 듯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뒤에 다시 나오는 후렴과 브릿지에서 체념이라는 단어는 ‘최선’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색을 바꾼다. 초반의 후렴에서는 혼자서 노력하다 힘이 빠진 지구인의 느낌이라면 멤버들이 함께 부르는 뒷부분의 후렴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멀리 있는 이를 추억하는, 혼자 그리워하며 애쓰는 것이 아닌 함께 그리워하며 애쓰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노래, 그리고 감사함


 

나는 이 곡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참 많은 물음표가 생겼다. 내가 겪었던 이별은 현재 추억이 되었는가? 아니면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있는가? 또는 이별 이후 내가 깨달은 것, 변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며 이별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노래는 바로 이런 노래이다. 단순히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 가사를 들은 그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곡을 들은 후

 

'조그만 물음표'가 생기는 노래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 노래

내가 '주인공'이 된 '뮤직비디오'가 그려지는 노래

 

이것이 바로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래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번 새로운 노래를 만날 때마다 다양한 것을 떠올리고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들으며 살아가려고 한다.

 

노래는 나에게 추억이고, 성찰이며 감사함이다.

 

 

[경건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5.01.2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