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에게 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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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사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농도의 질의응답을 통해 관심 있는 이에 대한 감정이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잘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며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단순한 대화에도 적용되는 가치들이지만, 인터뷰는 활자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더없이 매력적인 거다. 직접 읽고 꼭꼭 씹어 삼켜야지만 더 깊게 다가오는 말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를 소개하기에도 이만한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인터뷰는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들이다. 그간 읽어왔던 수많은 질문과 답변에서 연결받은 마음들을 다시금 풀어놓으려 한다. 이 단어들이 읽는 이들에게로 표류하여 또다시 새 문장으로 거듭난다면 그보다 기쁜 결말은 없을 것을 믿는다.
Q1. 현재 전공은.
소속된 학과로 설명하자면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국어국문학이라는 학문이 국어학과 국문학의 집합인데, 사실 나는 문학을 더 선호한다. 문학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고, 삶의 큰 모토를 차지하는 부분이라. 애정하는 것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대학에 온 이후로 계속 실감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래에 대한 설계, 문장에 깊이를 더하는 요령, 취향을 벗어난 장르의 영화, 사람과의 관계 등도 배워가고 있는 요즘이다.
Q2. 지금에서 더 나아가 새롭게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도 있는지?
작곡을 정말 살짝 맛본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졸업 전에 꼭 음악과 수업을 들어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영화예술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원래도 영화 보는 것은 너무 좋아하지만, 연출과 제작에 관련된 세계를 더 깊이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3.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SNS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나, 최근 시청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인생 영화는 몇 년째 꾸준히 말하고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 사실 아직까지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근데 가끔은 그런 것도 필요한 법이다. 이유 없이도 기꺼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 표현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것. 최근 본 작품 중에는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보니 계절감이 느껴지는 영화들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편향된 취향에서 최대한 벗어나 '시도'를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Q4. 그럼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는지 궁금하다.
있다. 아직 미래를 명확하게 규정짓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혹은 단기적으로라도 할애해 보고 싶은 영역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가늠하지 못했던 세상들을 경험하고 또 상상한다. 전보다 극장을 찾는 이들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그 기쁨을 아는 사람들도 분명히 남아 있다. 나도 그중 하나고.
Q5. 영화만큼 오래된 취미가 글을 쓰는 행위일 것이다. 이것도 아직 규정짓지 못한 미래에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까.
어떤 간판 밑에서 일하든, 내 최종적인 꿈은 결국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늘 좋아하는 것 투성이인 시절을 보냈지만, 이 마음 하나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사실 내 꿈은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성공에 닿을 수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하고 싶다. 이것보다 좋아하는 게 없을 뿐더러, 다른 길을 가더라도 결국 여기로 돌아올 걸 알아서.
내가 경험한 바로 언어의 힘은 아주 세다. 아직 그걸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뭐가 됐든 내 펜 끝으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Q6. 당연히 독서와 함께 자랐겠다. 요즘 읽고 있는 책도 있나?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는 중이다. 정말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아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소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읽는 순간 상상으로 펼쳐지는 책들을 참 좋아하는데 드라마틱하지 않음에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싶은 작품이다.
Q7. 본인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일까.
사람 간의 관계는 아무래도 내 평생의 숙제이지 싶다. 조금 막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매일 더 좋은 사람이고 싶다.
자꾸만 나를 증명하려는 습관을 저버리고 싶다는 게 여전하고 영원할 고민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증표 없이도 아껴줄 텐데. 가벼워지고 싶다.
조금씩 내려놓을 때 글도, 사랑도, 그리고 나도 완성될 수 있는 거 아닐까.
Q8. 그러한 생각들이 꾸준히 밀고 있는 가치관이나 소신과도 연결되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치관을 미움받을 용기에 대한 열의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다. 삶의 모토를 특별히 정해두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사랑을 사랑하자는 마음가짐이겠다.
나는 내가 사랑과 의미가 있어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와 책 같은 매체들에서도 사랑 이야기를 특별히 아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세상이든 끝까지 사랑을 사수하고 싶다. 이게 소신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Q9. 충분히 소신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남은 20대도 사랑에 대한 추구를 동반하여 살아갈 것인지.
모호한 답변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질문에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겠다. 그렇다. 다만 사랑의 구역을 넓히기보다, 지금 내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들을 더욱 깊게 바라보려고 한다.
Q10.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와, 그리고 이 계절과 퍽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한다면.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기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는 텍스트들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취향만 한가득 던져두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계절감이 녹아 있는 것들을 좋아하지만, 유독 음악에 있어서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듣는 것 같다.
오늘은 박기영의 '시작'을 반복재생하고 싶다. 직관적인 가사가 가슴을 아프게 울릴 때가 있는데, 이 노래가 내게 그렇다.
[박시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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