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찰나의 순간을 예술적 시선으로 - 결정적 그림
-
미술관 혹은 전시회에서 작품세계가 이해가 안 되고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살아온 배경, 배웠던 문화에 갇혀 작품을 이해 못 하거나 작가의 세계가 무엇인지 모를 때다. 나는 잘 이해가 안 될 때면 작가가 걸어온 삶을 이해하려고 꼼꼼히 그의 생애를 찾아본다. 도슨트 전시해설을 들을 때 가끔 작가가 왜 캔버스에 이 문양을 넣었는지, 이런 표현기법을 새겨 넣었는지 배경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림은 못 그리지만 작품을 눈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도서 「결정적 그림」에 나온 스물 두 명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 그랬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기 칼럼 ‘후암동 미술관’을 연재해 오고 있는 저자 이원율 작가는 명화 속에 담긴 사연과 당시 시대상을 풀어내 주었다. 작품을 보는 재미는 물론 작가의 삶을 조명해 준다. 때문에 다음 작가에게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작품에 작가의 삶이 녹아 있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해 보겠다. 먼저 바로크 시대를 빛낸 여성화가 젠틸레스키다. 젠틸레스키는 자신을 겁탈한 성폭행범 타시에게 맞섰던 불굴의 작가다. 타시 측 증인이 나타나 자신을 모함할 때 결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고문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죄는 입증됐지만 성폭력 피해자로써 손가락질 받고 사회에서 외면받았다. 트라우마는 악몽으로 나타났는데 그녀는 그때마다 그림으로 표현했다.
젠틸레스키의 홀로 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는 짧은 목, 근육질, 강인한 전사 같은 표정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번 그림을 그리며 그를 겁탈했던 타시를 그림을 통해 죽이고 또 죽였을 것이리라.
다음으로 기억나는 작가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가 감명 깊은 이유는 편견과 선입견이 없는 화가라는 데 있다. 궁중화가로 왕족의 초상화를 그렸지만 왕족의 모습을 더 권위 있게 그린다던가 오버해서 그리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그렸다.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난쟁이 세바스찬 데 모라를 그린 작품을 비교해 보자.
벨라스케스 작품에서는 누구도 더 우월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하다.
“나는 높은 수준의 미술에서 2등이 되기보다 평범한 것들의 1등 화가가 되겠다”
세상을 평범한 눈으로 보려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모습을 보며 그가 왜 아직까지 회자되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은 성실함의 아이콘이자,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을 가진 작가 '알폰스 무하'를 소개하겠다.
알폰스 무하는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의 시조로 통한다. 어렸을 적 프라하 미술 아카데미에 떨어지고, 극장 세트장을 꾸며주는 회사에 다녔지만 극장화재로 회사에서 내쳐지는 불행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무하를 후원하겠다는 후원자가 있었지만 금방 내쳐졌다. 그러다 급하게 포스터를 만들고 찍어내야 하는 일이 생겨 하게 됐고, 파리의 유명인이 되었다. 그리고, 「무하 스타일」로 탄생됐다. 그는 아르누보의 선구자가 됐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가는 '에드가 드가'다.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보면 무용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드가가 여성 혐오자였다는 말을 듣고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림은 분명 아름다운데 왜 여성 혐오자였을까?
드가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드가의 삼촌과 외도했으며 아버지는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 모른척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어머니는 요절을 한다. 불행한 가정사는 평생 드가에게 상처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는 여성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의 고단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여성을 멀리했지만 세탁부, 오페라 가수 등 그가 그려낸 작품은 여성의 삶을 그리려고 했다.
엄마를 미워했지만 은연중에 엄마를 그리워하지는 않았을까? 애증의 마음이 공존하지는 않았을까? 그의 마음 이면에 자기도 모르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품에는 진한 향이
깃들어 있다
이원율의 결정적 그림은 그림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몰입감 있는 작가의 이야기, TMI들이 많았다. 또한 서양 미술사만 다룬 것이 아니라 아니라 이중섭, 추사 김정희 등 한국 조선의 거장들을 다뤘다.
스물 두 명의 명작들을 만나며 미술관에서 작가의 썰을 듣는 것 같았다. 예술작품은 느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를 이해하고 난 뒤 같은 작품을 두 번 세 번 봤다.
뭔가 처음과 다른. 작가의 작품이 음식이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서 계속 먹고 싶다. 깊은 향이 배어 있을 것 같다.
[최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