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즈라는 존재 [문화 전반]

영감과 소통의 중심, 진정한 ‘뮤즈’의 의미
글 입력 2024.06.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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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뒤에 사람 있어요"


드라마 <런온> 속 미대생 영화가 자신을 자판기 취급하며 도구로서의 완성된 ‘그림'만을 요구하는 단아에게 하는 말이다. 한 사람이 쏟아내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체면을 세우고 스스로의 ‘잘남'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만 그림을 바라보던 단아는 결국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그림 너머의 영화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 그림 뒤에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한 점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것에 영감을 받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기법을 쓰는지 파헤친다.


작가는 작품을, 작품의 세계를 이해받기 위해 자신을 설명하고, 관객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그를 들여다 본다. 이로써 그 둘은 그림을 사이에 두고 소통한다.


문득 예술가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은 작품이 이해되지 않으면 괜한 어려운 일은 그만두고 이해하기 쉬운 다른 작품을 찾으면 되지만, 예술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세상에 외쳐야 한다.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글을, 말을, 선과 면과 색을, 쏟아내고 또 쏟아내며 스스로 설명하고 증명해야만 한다.


흔히들 예술가는 고독하다고들 한다. 스스로 예술가가 되기 전에는 실제로 그런지 알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이해가 된다.


어쩌면 작품 자체가 바로 그것을 창작한 예술가이다. 누군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시를 쓰며 무엇을 떠올렸을지, 하는 것들이 결국은 그 사람의 세계이고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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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것만큼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있을까?


누군가 프레임을 조정해 셔터를 누를 때 시간을 넘어 같은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일, 누군가가 만들어낸 선율 속에 숨은 감정을 포착해내는 일, 혹은 두꺼운 물감 속에서 붓을 쥔 화가의 얼굴을 읽어내는 일.


이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와 진정한 연결을 이룬 관객이자, 한편으로 예술가에게는 뮤즈이자 소울메이트일 것이다.


때문에 뮤즈는 널리 알려진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게, 비단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만을 주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뮤즈는 뮤즈인 동시에 예술가이다. 누군가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 속의 숨은 말들을 이해하는 사람, 예술을 사이에 두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뮤즈’일 것이다.


김환기와 김향안 부부를 들여다보자.


변동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인은 화가인 김환기를 만나 그의 아호인 ‘향안’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그의 작품세계를 열렬히 지지하고 지원하는 삶을 살았다. 매너리즘에 빠진 김환기에게 파리 이주를 제안하고, 미리 타국으로 날아가 아틀리에를 비롯하여 파리 생활을 위한 기반을 다져놓았을 뿐 아니라 그곳의 예술가들과도 교류하며 인맥을 쌓았으며, 김환기가 파리에 온 이후로도 그녀는 그의 예술활동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짧았던 귀국 이후 김환기가 작품세계를 완성한 시기라고 평가받는 뉴욕 생활에서도 향안은 그녀의 강인한 생활력과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편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경제적, 정신적 지원을 쏟아부었다. 김향안은 이후 김환기의 이름을 딴 ‘환기 재단’과 ‘환기미술관’을 설립해 그의 작품을 모으고 돌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여생을 보냈다. 동시에, 비평과 수필을 발간하고 개인전을 열며 스스로도 예술가로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의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줄 아는 서로의 뮤즈였을 것이다. 단순히 ‘예술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그들의 세상은 예술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연결되어 때로는 하나처럼 보일 수 있었다.


영감을 넘어선 연결을 이루는 것이 바로 사람의 세계들이 소통하는 중심에 서 있는 ‘뮤즈’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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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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