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들이 여전히 디즈니를 기억하는 이유 [문화 전반]

영화 「코코」 속 '기억'의 의미
글 입력 2024.06.1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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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못하더라도 잊으면 안 되잖아요.”

 

며칠 전, 디즈니 영화들의 재개봉 소식이 여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일 년 내내 디즈니 영화만을 상영하는 ‘디즈니 영화 전용관이 코엑스에 론칭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나 또한 오랜 디즈니의 마니아로서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지난 6월 6일, 나는 코엑스로 향했다.

 

「코코」를 상영하는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기 전, 입구에서부터 여러 사람이 보였다. 평일 낮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내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점은 바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의 연령대였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 관객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2~30대 청년이었다. 유년기 시절에 디즈니 영화들을 보며 자라온 그들은 디즈니 마니아들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소식에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환호했다.

 

더 특별한 점은 어린아이 관객보다도 어른들이 더 디즈니 굿즈에 열광한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유아기부터 청소년 관람객을 타겟으로 제작된 굿즈였으나 정작 굿즈 구하기에 진심으로 열광하는 소비자층은 다름 아닌 성인 관객들이었다. 단순히 SNS에 디즈니 굿즈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구매한 것이라 보기에는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나는 디즈니를 향한 대중들의 열망이 ‘기억의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20~30대 청년들은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디즈니와 함께 보낸 세대이다. 그들이 여전히 디즈니를 기억하기에 디즈니 작품들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닐까.

 

 

 

#기억한다는_것의_의미


 

도대체 디즈니의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기억하게 만들었는가.

 

 

음악이 금지된 집안에서 뮤지션이 되기를 꿈꾸는 한 소년이 있다. 미구엘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죽은 자의 날’에 개최되는 마을 축제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미구엘은 유명한 가수였던 델라크루즈가 자신의 조상이라 믿게 된다.

 

미구엘은 세상을 떠난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훔치다가 우연히 ‘죽은 자의 땅’에 발을 들이게 된다. 죽은 자의 땅에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만이 남아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린’ 존재는 산 자의 땅과 죽은 자의 땅,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 채 소멸된다.

 

모두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눈물을 훔친다. 누구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또다른 누구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가수의 꿈이 떠올라서 슬펐다고 한다.

 

 

 

#넌_이미_우리에게_축복을_받았어_아무_조건_없이


 

디즈니가 스크린을 통해 선사해주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관객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 작품 속 주인공에게 투영되어 우리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랑하는 존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참 단순한 이 메시지가 이토록 절절하게 와닿은 이유는 바로 디즈니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다.

 

'이승과 분리된 죽은 이들의 세계'와 같은 설정은 현실과 다소 동 떨어진 환상적 설정에 가깝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나의 경험을 빗대어보면 그 즉시 디즈니 작품과의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유년기 시절, 디즈니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과 나의 삶이 겹쳐 보인 첫 경험은 어린 아이 마음 속에 작은 디즈니랜드 하나가 만들어진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 속에 디즈니 한 작품쯤은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어릴 적 만났던 그 캐릭터는 삶이 벅찰 때 이따금씩 나타나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그렇기에 디즈니 세상 속 인물들은 관객에게 기억되며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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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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