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색에 대하여 궁금해 본 경험이 있는가?
사실 우리는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파장을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과학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빛은 무엇으로 구성될까. 우리가 보는 빛의 파장은 어떤 색의 혼합인 것일까.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크루즈 디에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퐁피두 센터 협력 특별전이 개최된다. 크루즈 디에즈의 전시는 사람이 색을 인지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예술 속 색채에 대한 새로운 아해를 제안한다.
전시는 크게 색 포화, 평면 작품, 색 간섭환경, 색채 경험 프로젝트의 4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색 포화
가장 첫 번째 파트는 색 포화(chromosaturation)이다. 전시장 내부에는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녹색, 파란색으로 구성된 각각의 방이 있다.
각 방에서는 우리는 현실세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온전한 원색을 경험할 수 있다. 각 방의 원색은 우리의 감각 세포를 강하게 자극하여 방에서 1분 이상 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초반에 강하던 빛이 점점 색이 옅어지며 방 전체가 밝아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 경험은 실제로 빛의 세기에는 변화가 없지만 우리의 감각 세포의 착시다. 하나의 방에 있다가 다른 원색의 방으로 고개를 돌리면 다른 색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원색의 방에 들어가서 벽을 보고 있으면 아까와 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 있다.
색의 포화 파트에서는 다양한 빛의 파장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초월적인 감각을 느끼게 한다.
평면 작품
다음 파트는 펑면 작품(Bidimensional artworks)이다.
평면 작품은 크루즈 디에즈의 빛과 색에 대한 연구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는 1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평면 화면들은 색의 혼합이 아닌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원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관람객이 인지하게 되는 색은 삼원색 너머의 색이다. 표면에 반사된 빛을 관람객이 눈으로 인지하는 과정 속에서 색은 혼합되거나 심지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교묘하게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표현 수단으로 '선'을 선택하였다. 실제로 우리가 TV 혹은 컴퓨터 모니터는 삼원색의 점으로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다양한 연구 과정을 통해 색의 인지 과정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 '선'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며 그 효과를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이 파트에서는 꼭 가까이에서 한 번, 그리고 작품과 거리를 둔 채 다시 한번 관람하기를 권하고 싶다. 작품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관람할 때는 원색의 선이 눈에 가장 먼저 읽히지만, 떨어져서 관람할 때는 색이 혼합되어 작품의 일부분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색 간섭 환경
세 번째 파트는 색 간섭 환경(Environment Chromointerferent) 이다.
전시장 내부에 마련된 이 공간은 색채 현상 모듈이 프로젝터를 통해 끊임없이 투영되고 있다. 프로젝터는 전시장 내부에 구형과 육면체 오브제와 함께 관람객의 신체 또한 투영한다. 한 방향으로 연속해서 움직이는 빛을 감상하고 있으면 마치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앞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멈춰 있는 관람객의 그림자는 새로운 착시를 만들어낸다.
이전 파트인 평면 작품에서는 관람객과 작가가 확실하게 존재하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 위치가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무대 속에서 관객은 배우가 되며 또한 작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색채 환경 프로그램
마지막 파트는 색채 환경 프로그램(Interactive Chromatic Random Experience)으로, 이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실제로 크루즈 디에즈가 작품에서 사용했던 언어를 활용하여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배경 색, 오브젝트의 모양과 색을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색상으로 인지되는 과정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다. 위의 작품은 실제로 필자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만든 이미지다.
이미지 제작이 끝나면 QR코드 스캔을 통해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과 작품의 열린 소통을 지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예술의 과학적 연구 그리고 과학의 예술적 표현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단색의 경험부터, 일상에서 너무 흔하지만,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빛의 삼원색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감상까지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열 수 있었다.
크루즈 디에즈의 전시에서 빨간색, 녹색, 파란색으로 가득한 빛의 자유로움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