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터를 아시는가. 한눈에 자신의 음악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탑스터는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기본적으로는 2x2의 규격 안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을 넣는 것이다. 4개 앨범만으로는 좀 아쉬울 수 있으니 4x4나 5x5 형식도 많이 쓰인다.
다음 사진은 필자의 탑스터이다. 만약 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이 탑스터를 봤다면 머리가 꽤 아팠을 것이다 - 대체 취향이 뭐야? 그러니까 이 앨범들은, 내가 시기별로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들이다. 재즈와 알앤비부터 - 힙합과 팝송을 거쳐 - EDM까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데, 일단 취향의 종자가 소나무는 아닐 것이고. 그럼 이 짬뽕을 방불케 하는 취향의 뿌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음악 장르 박애주의의 떡잎은 어렸을 때 본 미국 뮤지컬 드라마 [Glee]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움에도 비결이 있었다. 본 투 비 센터이자 드라마퀸인 레이첼, 미식 축구부 쿼터백이었지만 (선생님의 반강제 추천으로) Glee 클럽에 들어간 핀, 기 센 라티노 디바지만 사실 은근 마음이 여린 산타나 등, 이외에도 다양한 인종과 성지향성을 가진 인물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쇼콰이어를 중심으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첫 만남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조마조마해지는 모습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그 “다양성”이 화합의 이유가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통통 튀고 과감해서인지, 보다 보면 눈물이 나서인지 모를 알싸한 스토리에 나는 정말 이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방영을 하던 2010년대, OTT가 있지도 않은 때라 번역 자막과 함께 영상을 올려주는 네이버 블로그를 즐겨찾기하고 봤었다. 블로그 주인장의 번역이 늦어지면 내가 드라마를 보는 기간도 늦어졌다. 맨날 블로그에 들어가서 새로운 글이 올라왔나 확인해보는 그 느린 감성.
비슷한 시기에 하이스쿨 뮤지컬 같은 오리지널 OST가 있는 뮤지컬 콘텐츠도 많았지만, [Glee]
뮤지컬 [Funny Girl]
무대 뒤편에서 레이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깜짝 등장하고, 역경에도 불구하고 “Show must go on”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한 딱 맞는 곡 선정으로 분위기를 뒤집게 된다.
이제는 곡을 들으면 “I’ll march my band out”에서 글리 합창단 전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해당 곡이 막을 내릴 때 글리 클럽의 시작이 생각나는 건 드라마를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일 것이다.
2. 매쉬업의 천재 - [Glee]
분위기가 너무 달라 섞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곡을 파격적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Vitamin D” 에피소드에서 긍정과 햇빛의 이미지를 엮어 비욘세의 “Halo”와 카트리나&더 웨이브즈의 “Walking On Sunshine”을 매쉬업한다.
글리 버전으로 처음 “Halo”를 접하고 당연히 밝은 분위기의 곡일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원곡을 듣고 나니 다소 느리고 웅장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같은 멜로디 라인, 가사를 너무나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이제는 원곡자인 비욘세의 “Halo”를 좀 더 많이 듣지만, 이따금씩 [Glee]
3. 오리지널 곡을 궁금하게 하고, 어느새 해당 아티스트의 다른 곡들도 찾아보게 된다.
나에겐 EDM 아티스트 ZEDD가 [Glee]
드라마를 보고 난 이후에도 꾸준히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되어 한동안은 "Clarity"가 핸드폰 컬러링 곡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6년 내한을 했을 때 인생의 첫 콘서트로 가게 되었다. 물론 [G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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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시기에 다른 드라마에 빠졌거나, 다른 가수를 좋아했다면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다른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났겠지 싶다. 소나무 같지는 않지만 다양한 장르의 씨앗을 심어준 그 시절의 [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