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글 입력 2024.06.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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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질문에 앞서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껏 어떻게 나이 들어왔는가?

 

스물두번의 생일이 있었고, 2002년부터 2024년까지 해가 넘어가는 것을 22번 목격했다.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감각은 단지 '축하를 받았구나', '달력 한 장이 새로 넘어갔구나'에 머무른 정도이고, 나이 들어감에 대한 감각은 여전히 흐릿하기만 하다. 그저 내가 속한 '세계'의 시간이 흘렀을 뿐, 나는 언제나 나인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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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나'가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는 감각은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과거의 나'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지금의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 순간 마치 과거에서부터 텔레파시를 보내듯이 '과거의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번뜩 재현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 나 스스로가 능숙함을 체감한다. 혹은 나 스스로가 고리타분함을 체감한다.              

 

- 나 스스로가 유연함을 체감한다. 혹은 나 스스로가 몰개성을 체감한다.

  

SNS를 구경하던 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펑크를 하는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예전만큼 반항적으로 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는 이것을 나이 들어감에 대한 표어로 삼고있다.

 

그렇군. 세계 VS 나, 사실 이렇게 말하기엔 내가 무슨 슈퍼 히어로도 아니고 너무 거창하지만, 아무튼 간에 나이가 든다는 건 세계 앞에 맞선 나의 자세가 변하는 걸 의미하는구나.

 

나는 언제나 나라고 생각하지만, 세계는 바뀐다. 그러니까 세계라 함은 주변인이나 주변 환경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언젠가 되돌아보면 나는 꽤나 바뀌어져 있다.


세계 안에 살아간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세계와 마주하고, 함께 살아나가는 과정이기에 나로서의 정체성은 한풀 꺾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라도 세계 속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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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그런 식으로 변했다고 치자. 그래서 어떤가? 그런 게 싫지 않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나를 잃어버렸다는 걸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앞서 정체성이라 말하긴 했지만, 그건 어린 날의 고집이었을지도.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로 잃기 싫은 것은 무엇인가?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어렸을 때부터 재미없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매사 진지한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행하는 모든 행위의 추동력은 '재미'이다. 추동력인 동시에 나의 본질이다. 이 본질을 잃지만 않는다면 나는 뭐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이 다가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세계가 바뀌더라도, 거기에 맞춰 대처하는 방식이 바뀌더라도, 나는 나로서 쭉 살아갈 것. 그리고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은 곧 '재미있게' 사는 것이니 이렇게 쭉 살아가길 원할 뿐이다.

 

그것이 나의 나이 들어감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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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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