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캘리] 나는 나를 모르는 나를 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글 입력 2024.06.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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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반려식물.jpg

[illust by 나캘리]

 

 

오늘의 시는 조온윤 시인의 '햇볕 쬐기' 시집에 수록된 시, '반려 식물'입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전에 길러봤던 동식물이 생각났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아주 어릴 적 어떤 행사에 갔다가 받아온 금붕어, 식물이 들어있는 화분, 다육식물. 채 한 달도 살지 못하고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를 만큼 서툴러서 미안하기도 하고, 생명의 기쁨을 알려주어 고맙기도 했습니다.

 

시에서는 캘리에 쓰지 않은 구절이지만, '누워 있던 자리에서 더듬더듬 손을 뻗어보면 축축한 목덜미가 만져진다' 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일어난 이부자리. 아직 나의 온기와 땀, 노폐물이 남아있는 그 자리를 마치 반려 식물처럼 묘사하는 듯합니다. 축축한 토양을 가지고 있지만 빛이 모자라 주눅 든 것처럼 시들어있는.

 

그 이후의 시 내용이 바로 캘리 속 내용입니다. 나의 어떤 어두운, 주눅 든, 긴장되고 움츠러든 모습을 분리하여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가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문단도 읽어보자면,

 

나는 나를 모르는 나를 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밤이 되면 밤에게는 그림자를 돌려주고

육체에게는 오늘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늘 함께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중간에는 '나의 반쪽'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궁금해하고. 알쏭달쏭해 하는 모습을 모이다가도, 끝내 마지막에는 그래도 나를 시들게 두지 않아야지. 늘 내가 함께 있음을 이야기해주어야지 합니다. 

 

이런 모습은 자아를 성찰하는 사람들에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 행동을 하는걸까 궁금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하다가도, 나를 이해하고 무조건 함께할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깨닫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걸어가는 한발짝 한발짝이 하루하루 아닐까 싶습니다.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도닥이는 시간이 있었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였습니다.

 

 

[김성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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