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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변해간다. 변해가는 세상 속 세 개의 마을 주민이 되었고, 자그마치 50명의 동물 주민과 만났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마을을 거니는 평화로운 하루도, 대출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도, 즐거웠던 그 모든 날! 그렇다. 오늘 이야기할 게임은 나의 첫 번째 마을이 잠들어 있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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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을에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나는 고작 7살이었다.

 

작은 화면 속에 지어진 아담한 집도, 귀여운 주민들도 그저 나에게는 순수한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귀여운 동물 주민들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귀여운 주민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낚시하는 법도, 곤충을 잡는 법도, 심지어는 대출금을 상환하는 법도 모른 채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길거리에 핀 꽃을 구경하고, 소소한 쇼핑을 하며 동물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기억난다.


나의 첫 마을,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DS를 메인 플랫폼으로 하는 일인칭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2005년에 출시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와 자유도로 큰 호평을 받았던 게임인 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다. 적당한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캐릭터, 다양한 콘텐츠까지 예나 지금이나 매력이 넘치는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새로운 동물의 숲들이 등장하는 지금,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의 아날로그한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픽부터 인게임 아이템까지, 아날로그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다름 아닌 아날로그한 ‘감성’이다. 예전의 것들이 그렇듯,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에는 날 것의 매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며 시대상이 변화함에 따라, 2020년 출시된 시리즈 신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는 과도하게 선량한 듯한, 어딘가 가식적이고 어색한 대사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반해 과거의 동물의 숲에는 어딘가 투박하면서도 진중한, 진짜 살아있는 듯한 대사를 내뱉는 주민들이 있다.


특히 이별 편지가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주민을 마을에 정착시키고, 마음대로 마을 주민을 바꿀 수 있는 지금과 달리, 한 달이 되면 가차 없이 이사를 가버리는  주민들 덕에 예고없는 이별을 마주했던 예전이 생각난다. 마을을 떠나게 되면 오는 한 통의 편지에 눈물이 났던 때가 있었다.

 

어디선가 정말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말투, 진짜 친구와 생이별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어딘가 거칠면서도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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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세 번째 마을에 있는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키곤 한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며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말하는 주민들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내 집도. 가끔이라도, 오래 보고 싶은 내 마을. 네 번째 마을에 가게 되어도, 다섯 번째 마을에 가게 된다 해도 잊지 못할 나의 첫 마을은 오래도록 나의 추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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