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걸밴드 QWER, 청춘과 낭만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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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밴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신곡과 기발매곡들로 각종 음원 차트를 섭렵한 데이식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약하며 글로벌 팬심을 뒤흔들고 있는 루시, 독보적인 음악성으로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실리카겔 등을 보면 그 열풍을 실감할 수가 있다. 청량하고 시원한 음악이 듣고 싶어지는 여름, 즉 뜨거운 축제와 페스티벌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생각하면 이들의 흥행이 어쩐지 더욱 반갑게 여겨진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띠는 건 걸밴드 QWER이다. 걸밴드라는 포맷조차 신선한데, 무엇보다 한 편의 청춘물을 연상케 하는 음악이 꽤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걸밴드 불모지 속에서 QWER의 음악이 대중에게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애의 아이들'의 탄생
QWER은 유명 크리에이터 쵸단과 마젠타, 400만이 넘는 팔로워를 소유한 틱톡커 히나(냥뇽녕냥), 일본 아이돌 NMB48 최초 한국인 멤버 출신 시연으로 구성됐다. 이력부터 남다른 이들은 주류 아이돌과 달리 정식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았다. 그 대신 인기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한 글로벌 걸밴드 프로젝트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색다른 시작을 알렸다.
카더가든과 냥뇽녕냥과 가터벨트와 양념치킨 l 최애의 아이들 EP8 일부
[출처-QWER 공식 유튜브 채널]
해당 유튜브 콘텐츠는 제목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연상케 한다. 서브컬처를 선두에 내세워 그룹을 기획했다는 것인데, 이것을 일부의 마이너한 문화로만 치부하기엔 시기상조였다.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올해의 검색어에 따르면 해당 애니메이션의 OST인 요아소비(YOASOBI)의 '아이돌(アイドル)'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음악으로 선정될 만큼 유의미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었다.
QWER은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멤버 결성부터 데뷔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 가운데 김계란은 틱톡을 제외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히나를 설득 끝에 섭외한다거나, 일본에 거주 중이던 시연을 영입하기 위해 현지로 향하는 등 열정을 보여줬다. 진정성 가득한 그룹 결성기 속에 멤버들의 성장과 케미스트리가 그려지면서, QWER은 기존에 보유한 개개인의 팬덤에 더해 새로운 팬층까지 확보했다.
"우리의 화음은 불협화음으로부터"
QWER은 지난해 10월 18일 첫 싱글 'Harmony from Discord'를 발매하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우리의 화음은 불협화음으로부터'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활동을 펼쳐오던 네 멤버의 화합을 강조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스킬 키 Q·W·E·R을 적절히 조합해 승부를 가르듯, 드럼·베이스·기타·보컬의 매력적인 네 가지 포지션으로 완벽한 시너지를 이루겠다는 그룹명과도 일맥상통한다.
QWER - Discord MV
데뷔곡 'Discord'는 발매 직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각종 음원 차트에서 서서히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자랑하던 이 곡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멜론 일간 차트 27위,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인기곡 TOP100 3위라는 최고 기록을 썼다.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인기곡 TOP100에서는 31주간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현재까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결국 '좋은 음악'의 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J팝의 색채를 품고 있는 'Discord'는 마치 청춘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연상케 한다. 따라 부르기 쉬운 중독적인 멜로디에 시연의 청량한 보컬이 게임 속 궁극기(R)처럼 작용하면서 그 매력을 극대화했다. 최근 요아소비(YOASOBI), 이마세(imase) 등의 일본 아티스트가 인기를 이끌며 J팝이 국내 리스너들에게 친숙해진 상황에서, 비슷한 장르적 특성을 지닌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역시 대중적 흥행을 이끌었다. 여기서 QWER은 '봇치 더 락!' 등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걸밴드라는 포맷을 적절히 활용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등 그룹의 정체성 전반에 녹아 있는 서브컬처는 QWER에게 차별성을 부여했다. QWER은 데뷔 이후 국내 최대 애니&게임 축제 'Anime x Game Festival 2023'과 동시에 열린 'WONDERLIVET Stage', e스포츠를 대표하는 '롤드컵'의 사전 행사 'WORLDS FAN FEST LIVE CONCERT' 등 대규모 페스티벌에도 출연하면서 K팝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가요계는 지금 "QWER 중독"
이어 QWER은 지난 4월 1일 발매한 미니 1집 'MANITO'의 타이틀곡 '고민중독'으로 흥행 연타에 성공했다. 최고 기록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멜론 일간 차트 4위,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인기곡 TOP100 2위다. 별도의 방송 출연 없이 MBC '음악중심'의 1위 후보에도 오르면서 화제성을 증명했다.
QWER- 고민중독 MV
QWER은 신보를 통해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마니또를 콘셉트로 선보였는데,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감을, 다른 이들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QWER의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J팝 풍의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해도 노랫말이 한국어로만 쓰여졌다는 점이다. 이번 신곡 '고민중독'에는 남몰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풋풋한 이야기를 녹여냈고, 리스너들의 직관적인 이입을 이끌었다. 아름다운 청춘의 단면을 벅찬 감성의 음악에 담아내면서 결국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QWER은 대학교 축제 출연은 물론 여러 페스티벌의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하위문화의 집합체로 여기기엔 QWER은 대중적 흐름에 올라타게 되었고, 나아가 비주류였던 걸밴드의 음악을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무엇이 이들의 음악을 '대중 픽'에 거듭나게 했을까.
QWER 스쿨어택중 전교생 앞에서 공개 고백하는 남학생?! | QWER기습공격 일부
[출처-QWER 공식 유튜브 채널]
QWER은 이번 컴백과 함께 위문 공연을 비롯해 스쿨어택, 웨딩어택 등 대중과 밀접히 소통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전교생 앞에서 고백을 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스쿨어택 콘텐츠는 낭만적이고 풋풋한 분위기 그 자체로 신보 콘셉트에 '과몰입'을 이끌었다. 또한 밴드 음악임에도 SNS 댄스 챌린지를 적극 진행한 것이 대중의 눈에 닿는 데 한몫했을 듯하다.
여기에 생활 데이터 분석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생활변화관측소'는 수년간 '쇼미더머니'를 필두로 힙합이 청춘을 상징해 왔다면, QWER이 신선한 서사와 음악을 토대로 이를 계승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QWER은 트렌디한 기획과 차별화된 걸밴드 구성, 좋은 음악으로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최근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 팬들이 직접 아티스트 활동 및 콘텐츠 제작에 직접 영향을 주는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 등 다양한 포맷의 그룹들이 정형화된 K팝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을 하나의 현상으로 지켜보았을 때, 이러한 끊임없는 변화의 시도가 K팝의 지속적인 활기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타마고 프로덕션]
[김수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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