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랠리로부터 대화, 관계, 사랑 [영화]

글 입력 2024.05.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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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얼굴로 시작하는 타시, 아트, 패트릭은 13년 전, 테니스계의 유망주이자 서로 불장난을 쳤던 사이다. 시간이 흘러 아트와 타시는 가정을 이루고 아트는 챔피언급 테니스 선수로, 타시는 아트의 코치로서 활약한다. 패트릭은 테니스 대회를 전전하며 생계형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타시는 슬럼프에 빠진 아트가 어떻게든 재기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낮은 시합인 챌린저급 대회에 나가게 한다. 13년 후 다시 맞닥뜨린 아트와 패트릭이 경기를 치르는 동안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과거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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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2024, 루카 구아다니노)는 테니스를 사이에 둔 그들의 과거와 현재, 관계, 사랑, 에너지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만의 한 판 승부로 담아냈다. 한여름, 땀 뻘뻘 흘리며 경기하는 모습을 pov샷과 스텝프린팅샷, 로우앵글샷, 크래쉬줌 등 역동적인 샷으로 관객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표현하였다. 0-15-30-40 점수 내기, 타이브레이크 등 테니스 규칙이 생소한 관객들도 테니스가 이토록 격렬하고 매력적인 스포츠인지 알려주며 경기장 바깥 선수의 불안정한 삶과 테니스 업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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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챌린저스


 

아트가 “I love you” 말하자 타시는 “I know”로 응한다. 아트는 타시와의 사랑이 목표였지만 타시의 목표는 테니스였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타시에게 테니스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그녀는 남편 아트를 코치하며 아트가 우승하기를 바라고, 아트는 “우리”(아트와 타시와 딸 릴리)를 위해 테니스를 친다. 그들과 달리 타시의 전남친이자 아트의 옛친구였던 패트릭은 확실한 목표가 없다. 13년 전 멋진 타시에게 반했지만 목표로 삼지는 않았고 테니스 경기에 임할 때도 승부를 중시하지 않았다.


“어떻게 널 사랑 안 해..” _아트

“당신처럼 회복 가능했다면 살인이라도 했을 거야.” _타시

“너랑 한 거잖아. 진짜 좋았어.” _패트릭


이런 그들의 시작이 테니스였기에 테니스만이 그들을 다시 마주하게 만들었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달라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테니스는 그들의 욕망이 중첩되는 유일한 수단이자 목표가 된다. 가시 돋친 그들은 랠리로부터 대화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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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는 테니스야


 

테니스밖에 할 줄 모르던 타시, 아트, 패트릭는 경기장 안팎에서 테니스 경기를 치르고 있다. 관객은 관중이 되고 선수는 아트와 패트릭 그리고 심판은 타시가 맡는다. 어른이 된 그들은 13년 전, 타시가 경기에서 이긴 사람에게 번호를 주겠다며 아트와 패트릭을 자극했던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시합이자 현실) 중 답을 달라는 눈빛으로 심판인 타시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그들을 격려하거나 응원하지 않는다. 사랑을 갈구하는 아트에게 패트릭과의 하룻밤으로 그를 무너뜨리고 패트릭에게 남은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그들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스포츠맨쉽을 중요시 하는 테니스는 그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연차가 있는 운동선수임에도 어린 선수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라켓을 집어던지며 화를 낸다. 비매너 언행에 대한 페널티 점수를 부여받지만 욕설을 뱉고 소리를 지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타시는 “테니스는 관계”라고 칭하던 과거에 힘입어 모든 ‘관계’를 테니스로부터 사고하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기를 반복하면서 타시 또한 테니스 속에 갇혀 있다. 고도의 심리전으로 불릴 만큼 테니스 경기는 차분하게 임하는 것이 철칙인 것에서 미루어 보아 어릴적 그들이 만들어낸 ‘테니스’의 정의로 각자의 모난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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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관계야


 

영화는 한 판 승부를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먼저 2점를 낼 때까지 아트와 패트릭은 엎치락뒤치락 이기고 진다. 그때 패트릭은 둘만 아는 표식으로 아트에게 말을 건넨다. 동물적으로 이를 감지한 아트는 분노 섞인 포효를 하고 이성을 잃은 채 경기를 한다. 목숨을 걸고 승부하는 그들은 점점 경기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확률 테니스를 치던 아트와 시합이 끝나기도 전에 이겼다고 생각하던 패트릭은 기존의 그들이 행했던 테니스를 벗어던진다. 분노 섞인 랠리 끝에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고 이해하며 대화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전율의 찰나 속 그들은 타시의 “come on” 소리와 함께 서로에게 온몸을 내던진다. 타시는 아트와 패트릭을 극한으로 몰아내어 그토록 바랐던 “만족”을 느낀다. 셋은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경기 이상의 관계를 즐긴다. 이후에 벌어질 관계의 분열은 미뤄두고 최상의 목표점에 다다르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그들이 처한 현실보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관계의 화살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어긋난 사랑의 형태가 모여 테니스에 대한 도전으로 그들만의 사랑을 표출하고 있다. 셋이 대화가 이루어지고 관계를 맺고 사랑을 표출하는 중심에는 테니스가 있다. 결국 셋의 사랑 이야기이자 테니스에 대한 절절한 사랑 영화, 챌린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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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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