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야외에서 즐기는 뮤지컬 페스티벌의 매력 – WONDERLAND PICNIC 2024

비내리는 페스티벌, 오히려 좋아
글 입력 2024.05.2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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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3. 원더랜드피크닉 2024 라인업포스터.jpg

 

 

원더플레이스 피크닉 페스티벌은 내 대학 생활 중간쯤으로 거슬러 올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무더운 여름 날 기억 속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커다란 피크닉 돗자리를 펴고 커피 한잔과 푸드트럭 음식을 앞에 둔 채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를 실컷 듣고, 따라 부르고, 밤이 되어 지친 몸을 잠시 뉘었다가 무대 밖 피크닉존까지 장악한 옥주현 배우님의 모습에 깜짝 놀라 용수철 튕기듯 일어날 수밖에 없던 기억까지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때의 기억이 이번 2024 페스티벌로 다시금 나를 이끌었다. 게다가 최근 실내에서 진행된 인디 페스티벌 사운드베리씨어터를 방문한 후 페스티벌의 묘미에 빠져 있었고, 여름이 오기 전 선선한 날씨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이번 공연의 개최 소식이 들리자마자 참여 의사를 밝혔고, 그 어느 때보다 향유 날짜를 기다렸다.


페스티벌은 5/11(토), 5/12(일) 양일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일정상 토요일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 하루를 페스티벌에 모두 투자할 생각으로 비장하게 짐을 꾸려 집을 나섰고, 어쩐지 도시락 싸서 봄소풍 나서는 초등학생 시절의 설렘이 찾아왔다.

 

그러나 마른 하늘에도 날벼락이 친다고 했던가, 평소 날씨 소식에 굼뜬 내게 이번 페스티벌 메이트가 만나자마자 던진 질문은 “이따 비온다던데 우산 가져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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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입장 후 자리를 잡고 푸드 트럭에서 국수와 덮밥을 시켜 나눠 먹을 동안 멀쩡했던 하늘이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꾸물꾸물 흐릿해지더니 첫번째 순서인 강홍석, 이재원, 정원영 배우님의 등장과 함께 빗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공연의 포문을 열어주겠다는 듯 아주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 덕분에 관객들은 부랴부랴 우비를 펼쳐 입고 짐을 보호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굵어졌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빗줄기는 ‘에라 모르겠다’마법을 가져왔는데, 이미 다 젖어버린 마당에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진 상태는 아이러니하게도 페스티벌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모르는 넘버여도 일단 따라 불러 보고, 빗소리를 이길 만큼 더 크게 호응하고, 때로는 일어나서 아이처럼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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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 함께 출연하며 합을 맞추었던 세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열정도 이 마법 같은 현장을 견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관객들만 비 맞출 수 없다며 머리 위로 생수를 들이 부어 가면서까지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빗물처럼 땀을 흘리는 세 아티스트의 모습은 ‘우리는 이 궂은 상황까지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 냈고, 그 덕분에 비에 젖는 찝찝함보다 해방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 해방감이야말로 페스티벌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었다. 물론 퀄리티 높은 음향과 연출, 모두의 몰입을 위한 에티켓이 지켜지는 극장에서 우리는 항상 뮤지컬을 사랑해왔지만, 혹 주변 관람을 방해할까 긴장된 부동 자세로 관람하며 은연 중 쌓인 스트레스를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여과없이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평소에는 무대 위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 간의 캐미를 색다른 조합과 멘트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원더플레이스 페스티벌이 지닌 또다른 매력이었다. 강홍석, 정원영 배우가 막내인 이재원 배우에게 ‘무대 밖으로 나가 비 맞고 오기’, ‘관객들에게 경품을 전달하며 함께 사진 찍어오기’등을 자연스럽게 시키며 짓궂은 방식으로 막내를 귀여워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이들이 예전처럼 함께 공연을 꾸려가는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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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뮤지컬 ‘레드북’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쌓은 사랑스러운 민경아, 박진주 배우님은 멘트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서로를 칭찬하고 플러팅을 일삼으며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에게 흐뭇함을 넘어 은근한 질투까지 느끼게 만들었고, 의외의 두 사람이 만드는 캐미스트리는 끝나버린 레드북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두 배우가 각각 만들어갈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었다.


단단한 바위 같은 음색의 박진주 배우님의 목소리, 부드러운 물처럼 흘러가는 민경아 배우님의 목소리는 그들이 보여주는 캐미만큼이나 잘 어우러지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현장을 시원한 계곡으로 바꾸어 놓았고, 실컷 물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우리는 디즈니 공주처럼 아름다운 두 배우의 모습에 넋을 잃고 빨려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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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높은 자유도에 있었는데, 그 덕분에 궂은 날씨가 초래한 불편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손목밴드가 있으면 언제든 입퇴장이 가능했기에 젖은 상태를 수습하고 몸을 녹이기 위해 노들섬 내의 실내 공간을 방문하여 지친 몸을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400분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다양한 무대를 현명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야외에서 열리는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이 가져다주는 절대적인 매력 포인트들이 어쩌면 위기가 될 수 있었을 궂은 날씨마저도 긍정적인 환경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여러 규칙과 속박이 난무하던 극장 환경과는 너무도 다른 자유도와 해방감을 제공하는 체계 속에서 여태껏 비하인드 스토리로만 볼 수 있었던 배우들 간의 캐미를 직접 확인하고 또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소통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고, 그렇기에 비 내리는 날씨마저 낭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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