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 그림이라는 위로

글 입력 2024.05.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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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읽고 싶어지는 존재가 있다.

 

문득, 막연히 '아 이제 수혈할 때가 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달까?

 

다양한 명화들이 수록되어 있는, 명화를 매개로 전개되는 예술 그리고 미술책.

 

나로서는 1년에 몇 번, 종종 찾게 되는 유형의 책이다.

 

 

그림이라는위로_표지.jpg

 

 

<그림이라는 위로>는 2024년 올해 처음으로 선택한 미술 관련 서적이다. 몸과 마음이 피곤한 요즘, 참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감지할 수 있듯, <그림이라는 위로>는 그림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이탈리아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가 고심하며 고른 몇 점의 그림들이 소개된다. 각각의 그림들은 위안과 용기, 치유, 휴식이라는 네 가지 테마로 분류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따라서 글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훨씬 높은 책이다. 명화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나로서는 익숙한 작가들이 많이 보였다. 좋아하는 작가들도 있고 최근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도 있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특히 와닿았던 그림은 일리야 레핀의 것이었다.

 

태생은 우크라이나이지만, 러시아의 국민화가로 알려져 있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주로 러시아 사회의 모순에 찬 현실을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 중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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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한 혁명가의 귀환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서는 진정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기었지만, 정작 가족들에게는 가정은 뒷전이었던,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였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그림이라고 한다.

 

그림에는 퀭한 눈의 남성과 그를 놀랜 토끼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려져있다. 그들은 본디 하나의 가족이었다. 하지만 사내의 남루한 행색은 그가 오랜 시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의 등장은 아마 예견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림을 통해서 느껴지는 정적. 가족의 일원이 귀환한 상황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고요하다.

 

아마 사내는 기쁜 마음으로 귀향길에 올랐을 것이다. 이제 드디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냉랭했으며, 다소 뻘쭘하게 서있는 그의 자세가 이를 방증한다.

 

그림 속 인물들의 상반되는 입장이 한 하나의 장면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일리야 레핀은 심리 묘사에 아주 탁월한 재능을 가진 화가였던 것 같다.

 

책 속 일리야 레핀은 치유의 미술관에 배치되어 있었다. 치유라고 하면 부드럽고 따스한 그림이 생각나지만, 그의 그림은 정반대의 속성을 띄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종종 자신의 상황을 직면함으로써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현재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넌지시 그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지금 공허한 그 마음의 원인을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책 <그림이라는 위로> 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형식의 위로가 담겨 있다. 때로는 정석대로 부드러운 손길로 감싸 주지만, 공허한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가라는 듯 쓸쓸한 그림을 공유하기도 하고 현실에 기반한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위로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명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마음에 구멍이 뚫린 날, 원하는 방식의 위로를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바쁜 일상에 잠시 마음을 뉠 곳을 찾고 있는 분께 드리고 싶은 책이다.

 

그림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길 바라며.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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