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잔혹사』는 유명 과학 작가 샘 킨의 신간으로, 그 직관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적질부터 노예 무역, 살인, 동물 학대, 연구 윤리 위반 등 다양한 범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들은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혹은 단순하게는 괴담을 듣는 듯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우리를 비추는 태양같은 과학 발전, 그 안에 숨겨진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는가?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연구자들의 잔혹성, 그것에서 기인한 섬찟함을 잘 기억해두도록 하자. 이를 통해 그동안은 우리의 삶과 유리된 것처럼 느껴지던 과학 발전의 그림자를 떠올릴 수 있고, 더해서 비판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책에서 소개된 잔혹사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윤리적 성찰'을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을까? 『과학잔혹사』는 절대로 이 사건들을 단순 흥미의 차원에서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두 가지 심리 실험의 결과를 인용하여 결론을 짓는다.
윤리적 성찰은 단지 선천적인 도덕성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성찰이 윤리 의식을 좌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적 요소가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두 가지 심리 실험 중 한 가지 사례, '서명 칸의 위치가 최상단에 있는가? 혹은 최하단에 있는가?'의 여부가 실험자들의 윤리 의식에 영향을 미치듯이 의식적으로 윤리 의식을 염두에 둘 수 있는 장치가 '윤리적인 과학 발전'을 고취시킨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저자는 미래 과학 발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재앙 시나리오를 부록으로 덧붙인다. 이것들은 SF 소설을 읽는 듯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큰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앞선 목차를 차례로 읽은 독자라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바로 이곳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나열된 '과학잔혹사'들이 독자들에게 그것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실제 당면한 상황'으로서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의 윤리 의식이 얼만큼 발전했고, 또 발전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용인되는 행동인지 성찰해보자.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 타 분야에 비해서 과학은 그 정도가 유독 적게 발전했고, 훨씬 관대하게 용인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과학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발전적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감수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무엇보다도 과학 분야에서 '의식적'으로 돌아보는 자세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