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 청혼 [도서]

글 입력 2024.05.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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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지구에서 180시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군 복무 중인 '나'가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열두 통으이 편지로 이루어진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아름답고 애틋한 소설

 

 

이번에 소개할 「청혼」은 11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이 되어 돌아온 배명훈 작가의 SF 로맨스 소설이다.

 

우주 태생인 ‘나’가 지구에서 사는 연인인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된 소설은 170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에 대한 그리움, 자신이 있는 우주 함대, 자신의 상관인 사령관 데 나다 장군과 그 속에 얽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청혼_앞표지_띠지.jpg


 

장르에 상관없이 로맨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 우주 함선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루는 SF 로맨스 장르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기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과거 우주에서 조난되었다 돌아온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사한>을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청혼」 또한 상당히 기대하며 책장을 펼쳐 들었다.

 

 

 

‘너’에게 보내는 편지


 

「청혼」은 여타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다르게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 함대에 복무하고 있는 ‘나’가 지구에서 태어나 삶을 보내고 있는 연인인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책을 펼친 독자는 이미 연인이 되어있는 ‘너’의 입장이 되어 ‘나’에게 편지를 받게 되는 색다른 몰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구조의 소설을 주로 읽어왔기에 이런 편지 양식에 몰입이 될까 걱정했다. 특히, 로맨스 장르를 담고 있긴 하지만, 책의 첫 장에서 이미 ‘나’와 ‘너’는 연인이 되어있는 상태였고, 이 두 인물 간에 어떤 감정적 교류와 서사가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기에 더욱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사라져갔고,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나는 이 이름도 모르는 편지를 보낸 ‘나’를 향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궤도연합군 사령부의 공식 입장은 싸움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거래.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거면 왜 한 세대 전에 끝내지 않았을까. 왜 UES는 지표면 연합이라는 정치기구에 머무르지 못하고 굳이 궤도연합군처럼 억지스러운 합동 군사 기구를 만들어야 했을까. 역시 이런 공간에서의 싸움은 단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겪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싸움이니까.

 

- 18p

 

 

그 외에도 편지 안에는 자신이 지내는 우주 함대에서 일어난 이야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궤도연합군과 연합군을 감시하는 감찰군의 이야기까지 여러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나’의 고난 또한 담아내고 있다.

 

예언에 따라 외계 함대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주에서 적들과 싸우고 있지만, 지구에서는 연합군의 사령관인 데 나다가 반란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하고 통제하는 모습에서 과연 진정한 ‘적’이 누구인가에 대해 고뇌를 느끼게 된다.

 

 

 

우주인과 지구인


 

제목인 「청혼」이 의미하는 것처럼 어쩌면 ‘연인’으로서 종장에 있는 ‘나’와 ‘너’는 서로 다른 환경 탓인지 종종 어긋나기도 한다.

 

우주에서 태어나 평생 우주에서 살아온 나는 ‘나’는 중력의 소중함도, 지구 출신인이 인공 땅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나’와 ‘너’ 사이의 170일이라는 사이의 거리는 떨어진 시간 동안 어색함을 만들어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에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그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또다시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갑갑함이야.

 

- 35~36p

 

 

서로가 근본적으로 가지는 ‘다름’은 생각외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본인이 겪지 못했기 때문에 사고를 상대의 처지에서 가지기 힘들고, 이는 곧 어긋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나’가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이 우주 공간이라는 배경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너’에게 향하는 애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모든 고뇌 또한 그들의 사랑을 애틋하게 만들어주는데, 다른 시공간 속에서 속삭이는 사랑은 둘의 사랑을 더욱 특별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감정이 수많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반드시 돌아올 거야. 이상하지? 나 같은 우주 태생이 어딘가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이제 나도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 153~154p

 

 

 

정소형1.jpg

 

 

[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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