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재밌게 봤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 하길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의 프로그래머 허진호 감독님이 직접 고른 영화였고 전진수 프로그래머와 함께 j스페셜클래스가 예정되어 있어서 기대를 가졌다. 허감독님의 개인적인 감상과 유신정권 문화통제의 요소들이 담겨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허감독님은 어릴 적 이 영화를 보고 대학생활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주인공 병태와 같은 연세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시위를 하던 때라 꿈꿨던 대학생활은 아니었지만 감독님은 계속해서 낭만을 꿈꿔왔다고 했다. 이와 같이 <바보들의 행진>이 불어 넣은 "낭만"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도 알 수 있었다.
재밌게 영화를 감상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들으니 더 넓게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유튜브(_한국고전영화)에서 영화 원본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_전주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철학과 나오면 어떻게 돈을 버시죠?
2천원이면 짬뽕이 20그릇이던 시절, 주인공 병태와 영철은 사랑을 하고 싶었고 술을 진탕 마시면서 노는 게 전부였다.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들은 그들에게 “철학과 나오면 어떻게 돈을 버시죠?” 묻는다. 영철은 술에 취해 고래사냥을 하러 동해에 가겠다는 알 수 없는 대답를 해대고 병태는 비둘기의 꿈이 아니라 병태의 꿈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치는 대학 분위기 속에는 이따금씩 고독의 공기가 들어서 있다. 병태는 대학 응원연습을 가지 않고 강의실에 앉아 본질적인 삶의 방향에 대하여 생각한다. 영철은 자신만의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뛰어든다. 그 시절 고독의 공기는 유신정권의 문화통제에 대부분 편집되고 잘렸지만 주인공 병태와 영철, 영자의 고유성과 시대의 공기는 남아 있다.
그들이 선명하게 구축한 "낭만"의 이미지는 극적인 줌인, 줌아웃 기법이나 시야를 뒤집는 기법으로 더욱 진취적인 영화가 되었다.

그래도 내겐 꿈이 있단다.
70년대 유신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은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대학생들은 왜불러, 고래사냥 등 노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대응에는 낭만이 흘러넘친다. 장발 단속에 걸리더라도 미팅을 가야하고, 술에 취해 유치장에 들어갔지만 담배 한 모금은 피고 싶다.
바보같이 과 대항 술마시기 대회에 참가한 병태는 취해서 영자를 찾고 무의식 중에 “꿈”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영철은 여자를 기다릴 줄만 알지 막상 마주하면 자신의 휘황찬란한 꿈만 지겹게 얘기하고 있다.
이렇듯 그들은 순수하게 자유로워지기를 꿈꾸고 있어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이고 정치적으로 다가온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쳐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고래사냥 - 송창식

우린 참 시시한 대학생이다.
걱정하지 마. 곧 우리들의 꿈은 이루어질거야.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대학생과 지금의 대학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철학과에 나오면 어떻게 먹고 사냐며 타박하고,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싶다가도 “뭐 해먹고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본질적인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생각 끝에 병태처럼 군대로 향하는 사람도 있고 영철처럼 본인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병태와 영철처럼 지금의 우리도 자신만의 꿈을 꾸며 우리의 시절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을지라도 청춘의 시기는 비슷하기에 바보들은 계속해서 행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