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넋 빠짐, 넋두리 아니고, 그냥, 넋 (NUGS) [음악]

살아가게 하는 ‘넋’을 노래하다. ‘Soul Delivery’의 ‘넋(NUGS)’
글 입력 2024.04.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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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길거리.jpg

 

 

“넋이 나갔네 이거.”


강의실은 3층인데 습관적으로 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걸어 내려갔다. 카톡 답장을 하다 집중력을 도둑맞고 고개를 들어 복도를 봤다. 어딘가 낯설었고 2층까지 내려온 걸 깨달은 순간 내뱉은 한 마디.


바쁜 일상이다. 시간은 나를 추월하고 그 뒤편에 내가 남아있다. 속도에 맞추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뭔가 비어있는 듯하다. 두고 온 넋이라도 있는 듯 한없이 가볍다. 내가 시간을 보내는 무게감들이 그러하다. 당신에게 묻는다. ‘넋’, 빼놓지 않고 잘 가지고 있나요?


‘넋’이라는 단어는 유독 ‘빠지다’는 동사, ‘-두리’라는 접미사 등으로 치장해서 쓰곤 한다. 오히려 그 자체로 쓰면 왠지 어딘가 불완전한 듯 느껴져 버린다. 사실 ‘넋’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묵직한, 꽉 차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그것을 거느리고 목숨을 붙어 있게 하며, 죽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비물질적 존재’라는 의미로 사전에 등재된 이 단어. 단어의 활용 용례가 우리를 목숨 붙어 있게 하는 것에 구시렁대고, 가끔은 잊은 채 빼고 살아버리는 가벼운 현대 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넋을 전해주는 밴드가 있다면


  

[크기변환]소딜.jpg

 

 

어느새 사라져있는 넋이 필요할 때, 나는 밴드 ‘소울딜리버리’의 곡들을 듣는다. 음악 스트리밍 어플을 켜서 빠르고 간단하게, 소울도 배달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제야 비로소 음악이 재생되는 속도에 맞춰 나의 넋도 맞춰온다. 적당한 BPM으로, 현재에 충실하게.


정규 1집 [FOODCOURT]의 타이틀인 ‘넋’을 듣곤 한다. 12곡이나 되는 다양한 메뉴 앞에서 나의 소울 뮤직은 이 곡이다. 이 곡 덕분에 ‘넋’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싱싱하게 즐길 수 있었다. 넋을 영어로 표현하면 소울이 된다고 하는 이 밴드. 이름에도 넋이 들어가 있는 ‘소울딜리버리’라서 누구보다 확실하게 요리해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된다.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에는

사랑도 있고, 인생도 있고, 다양한 주제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음악 그 자체를 주제로 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 앨범 [FOODCOURT] '넋' 소개글 중

 

 

무엇보다 이 비물질적인 ‘넋’이라는 느낌을 음악이라는 감각으로 매개해주는 것이 더욱 의미를 더해준다. 넋과 음악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빼놓고 ‘살아낼 수는’ 있지만 이것들이 없는 삶은 진정 ‘사는’ 것일까?

 

 

THAMA의 목소리가 얹어지고, 곡을 듣는 순간

이 곡이 앨범의 타이틀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주제가 주는 무게가 절대 가볍지는 않지만,

Chill 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소울 음악이 주는 조용하면서도 느긋한 멋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앨범 [FOODCOURT] '넋' 소개글 중

 

 

R&B 아티스트 THAMA의 보컬과 가사가 넋에 숨결을 불어넣어 준다. 소울딜리버리가 이 곡이 타이틀로 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찾은 게 완벽히 이해되는 보컬이다. 말로 설명하기엔 군더더기가 너무 많이 붙어 ‘느껴야’하는 것들인 Chill, Groove, Soul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보컬의 호소력은 바로 이것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THAMA는 넋이라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워지는 주제를 간단히 풀어주는 가이드 역할이 된다. 그의 보컬로 음악은 3 파트로 나뉜다.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냥, 즐기기.


음악이 시작되자 넋이라는 단어만큼 간단한 질문, ‘why’가 메아리치듯 퍼져온다. 뚜렷하게 묻는 것이 없는 질문에 THAMA는 근본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냥, 좋으니까.


 

cause I just love it when we're vibin' to it

it's all about the groove and love and soul

 


그루브와 사랑, 소울을 느끼라는 듯, 특유의 저음으로 읊조리듯 들려오는 랩에 그는 질문자를 위해 구체적인 답변을 해준다. 약간의 조언과 함께. THAMA의 뜻인 ‘These Hands Are Makin’ Arts’를 앞에 내걸며 조언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센스까지 엿볼 수 있다.


 

don't forget to chill then the colors don't die

one for the love and one for the vibe

never chase the money we just keep that in mind

 


THAMA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왜 ‘넋’을 계속 잊게 되느냐고. 어쩌면 뚜렷한 답이 없는 것에 메아리치듯 우리는 공허한 이유를 찾던 것 아니었을까? 삶은 수단으로써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살 듯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간단하고 필수적이다. 그루브와 리듬과 희망과 바이브와 같이.


 

Ooh baby why

why you keep on losin' mm

askin' me for a reason

wanting me to tell you my vision


(...)


it's all about the love groove and rhythm and hope and vibe

 

 

 

김수진 에디터 태그.jpg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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