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당장, 나 좀 좋아해 주라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속 짧은 나레이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글 입력 2024.04.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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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누군가는 거절당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혹은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까 봐 표현을 망설인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한 달, 일 년, 그러다 어느새 몇 년 동안 한 사람을 바라보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그 '좋아한다'는 말을.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마음속에 애정을 묻어두고 뒤돌아서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에게 이유를 묻는다면, 막상 말로써 꺼낼 이유는 딱히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되묻게 될 뿐이다.

 

'그러게, 왜?'


나는 왜 표현을 망설이지?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왜 지금 이렇게 가만히 서있기만 한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로 수렴한다. 두려워서.

 

나의 마음 안에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한 채, 흘러만 가는 시간들이 아깝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간절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방영한 지 꽤나 시간이 지난 드라마 한 편에 나온 내레이션을 들으며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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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잃어간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연인을.

 

선인이건 악인이건, 그 누구 건. 살면서 누군가를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속 남주인공의 내레이션 일부이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지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사람, 전화하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기약 없이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사람은 간절해진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을 더 이상 보고 있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손을 뻗는다고 해서, 상대가 그 손을 잡아줄 거란 희망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간절한 용기의 끝이 해피 엔딩일지 새드 엔딩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손을 뻗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른 당신이 뒤늦게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이 여기 이 내레이션에 담겨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당신 곁에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원래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삶은 잔인하다.

 

그렇다면, 이 잔인하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쩌면 참 짧은 이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것과 읽지 않는 것은 한 끗 차이이지만 동시에 천지차이이다. '후회 없이 살자'는 말은 살면서 질리도록 듣는다. 하지만 인간은 꽤나 자주,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고 책을 덮는다. 그리고 다시는 그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그 결말을 궁금해한다. 궁금해하는 것을 넘어 밤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그때마저 읽을걸, 하며 후회하고 만다.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서 머뭇거리고 있는 당신을 이해한다. 아마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발을 나서는 이들이 있다. 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손을 내밀어보는 이들이 있다.

 

필자는 그들이 단지 용감하고 무모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현명한 것이다. 이 짧고 유한한, 어쩌면 찰나와 같은 인생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들이다.

 

눈앞에 있을 때 잡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잡으려 했으나 잡을 수 없던 것에 미련을 가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후회하고 자책한다.

 

그 반복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두 눈 꼭 감고 말해보는 것뿐이다. 당신이 그리던 그 사람에게.

 

 

"봉희야. 이제 그만, 나 좀 좋아해 주라. 내가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한 거 못 지켜서 미안한데, 지금 바로, 지금 당장 나 좀 좋아해 줘 봉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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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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