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 아트인사이트 지원서 문항을 다시 보며

글 입력 2024.04.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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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지원할 당시, 6개의 질문 문항 중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손이 멈췄다.

 

문화예술에 어느 정도 애정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문화예술을 정의 내리기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예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의에 초점을 맞춰 ‘문화예술이란 삶의 활기와 환기의 영역’이라는 관점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무언가를 만들고 없애고 조합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만으로 생산자의 삶에 활기가 생긴다. 소비자 역시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으로 예술만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다시 그 정의를 읽으니 이번에는 전체가 아닌 나만의 방향에서 문화예술을 정의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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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탄생_그때 그 사람]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 27인의 삶과 예술작품을 사랑, 헌신, 고난, 일상이라는 4가지 카테고리로 엮은 책이다.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도 많았고 어디선가 봐왔던 작품들도 있다.

 

각자의 삶이 묻어나는 작품에는 그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인생의 곡선에 따라 그림의 스타일이 변화하고 그림 속 주인공이 달라졌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를 구축해갔다. 누군가는 예술의 원천을 사랑이라 했으며 결핍이 예술을 만들기도 하고 원천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삶과 작품을 통해 각자의 예술을 정의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취향의 예술가를 찾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고 그 예술가의 삶을 따로 찾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화풍은 어떤 것인지, 내 취향의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카테고리 별로 눈에 들어왔던 예술가 4명과 그들이 구축한 예술의 정의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의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채는 사랑이다._마르크 샤갈 - 샤갈의 작품은 삶의 굴곡에 맞춰 스타일이 변화하지만 일관된 스타일로 환상을 표현한 듯하다. 꿈의 공기를 지닌 그의 작품은 이미 뒤섞여버린 꿈을 조립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잠을 청하여 꿈을 이어가려고 하듯 그가 만든 세계를 넓혀나간다.

 

샤갈이 만든 환상의 뒤편에는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샤갈은 부모님과 아내에게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남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평온한 마음으로 작품의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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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thday(1915)

 

 

나는 그림을 통해 내 생각을 눈으로 보여 준다._르네 마그리트 - 초현실주의 예술가 마그리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여러 차원으로 세상을 보며 작품에 철학적인 견해를 넣는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도록 한다.

 

똑같은 파이프 그림이라도 실제 파이프가 될 수 없다는 이론은 그의 삶을 대변한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실재하는 본질이 될 수 없고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그리트는 계속해서 작품을 통해 본질로 나아가려고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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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

 

 

예술은 고뇌의 산물이야. 사실 내 인생은 항상 고통과 환멸로 가득 차 있지._제임스 앙소르 - 제임스 앙소르의 작품은 기분 나쁜 쾌쾌함이 시선을 끈다. 벨기에 오스텐더, 매년 가면 축제가 열리는 고장에서 태어난 그는 ‘가면’을 활용한 작품을 시작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좌절감, 사랑에 있어서의 좌절 등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앙소르는 고통과 환멸이라는 결핍을 예술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사용한다. 이후에 그가 인정 받기 시작하자 그는 또다른 결핍을 만들어 낸다. 과거에 고립되었다는 결핍을 만들어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한다. 그에게 있어 결핍은 예술의 원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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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

 

 

눈동자를 그려 넣지는 않았지만, 내 그림 속 인물들은 세상을 볼 수 있다네. 삶에 대한 말 없는 긍정을 표시하면서 말이야. _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알코올 중독자 모딜리아니는 복잡한 현실과 반대로 평온한 그림을 그려낸다. 술에 종속된 삶,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복잡한 여자관계 속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고요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림에서 풍기는 은은함은 아프리카풍의 불교적인 평온함과 그의 삶에서의 우울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눈동자가 없다. 우울감을 풍기는 대상의 시선은 저너머의 긍정에 있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소원을 말하는 창구처럼 보인다. 눈동자 없는 인물들은 그에게 말 없는 긍정을 건네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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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 couché(sur le côté gauche)

 

 

 

본인이 그리는 삶이라는 작품

 

작품을 볼수록 그들의 삶이 보였다. 작품 하나하나가 삶에 대한 기록처럼 여겨졌고 나아가 삶 자체가 예술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모든 삶은 본인이 그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예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적어도 예술은 자기 삶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각의 예술가처럼 나도 삶의 방향이 확고해지면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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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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