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모는 왜 항상 슬퍼야 해? - 뮤지컬 '브론테'

글 입력 2024.04.0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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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교육과 고용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시절, 여성이 글을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지금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된 지가 겨우 이 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여성에게 자유가 허락되지 않던 시절, 갖은 질병으로 죽음과 병이 더 가까웠던 시절, 그 속에서도 치열하게 자유를 쫓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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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야기는 추모식으로 시작된다. 극이 시작할 때부터 젊은 나이에 이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나도 짧았던 그들의 삶은 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그래서인지 조금 긴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지, 이들의 열정을 더 길게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으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세 자매는 추모식 중에도 추모가 항상 슬퍼야 하만 한다는 관념을 부수려 하며 밝고 싱그러운 음악으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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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는 경제적 요소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은 첫째 샬럿이다. 샬럿은 첫째로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두 동생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 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동생들의 글을 바라보고 현실적인 글로 금전적 수익을 얻어낸 샬럿은 강인하고도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다. 두 동생들이 보지 못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샬럿이 느낀 무게와 외로움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신경증을 앓고있는 것처럼 보이는 둘째 에밀리는 글을 쓸 때의 직관이 가장 발달한 인물로 보인다. 자신에게만 들려오는 목소리로 소설에 대한 영감을 얻고 뛰어난 직관력으로 글을 거침없이 적어 가지만 열정만큼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에 더해 첫째 샬럿과의 관계도 어그러져만 간다.

 

세 자매 중 가장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글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자긍심과 당시 사람들이 생각해낼 수 없는 소설을 적어낸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에밀리이다. 오늘날 에밀리의 소설 <폭풍의 언덕>이 재평가되는 것을 보면 드디어 에밀리의 천재성이 인정받는 듯하다.

 

강한 주관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언니들을 중재하는 앤은 막내 같지 않은 막내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표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주관을 감추고 상황을 살피는 이가 없다는 공동체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앤이라고 주관이 없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세 자매의 평화를 위해, 신경전이 흐르지 않는 건강한 분위기를 위해 자신을 감추는 앤은 어떤 면에서 두 언니들보다 더 어른스럽다. 언니들의 싸움을 중재하느라 자신의 소설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다른 세계에서는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보였으면 좋겠다.

 

["때론 모질고, 때론 슬프기만 한 삶이었으나,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 내내 치열했고, 존재했으므로 이미 충분했다."]

 

치열하게 자유를 쫓아 살아갔기에 세 자매는 자신들의 추모식이 슬프지 않다. 남성에게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던 빅토리아 시대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서로만을, 오직 자신만을 믿고 살아갔다.

 

이들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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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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