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상력의 힘을 믿는 작가의 이야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미술/전시]

아트선재센터 리너스 반 데 벨데의 개인전 관람 후기
글 입력 2024.03.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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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라도 상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상의 범주를 조금 넓게 잡는다면, 인간은 상상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친구들과 소소하게 ‘만약에 게임’을 한다든지, 또는 지루하고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저 멀리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여행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든지, 과거에 있던 일을 후회하며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가정해본다든지, 우리는 항상 상상한다.

 

회화에서 조각, 영상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해오며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펼쳐보인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개인전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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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 우주이론에 관심이 많은 반 데 벨데는 주로 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바깥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스타일의 작가다. 그러면서도 빛을 찾아 밖으로 나와 작업했던 20세기 초 외광파 작가들에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허구적 자서전’에 기반한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역시 20세기 야수파 화가 마티스의 말-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아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남겼던-을 인용한 것으로, 반 데 벨데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마티스와 자신을 연결하면서도, 직접적인 경험보다 상상을 통해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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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 두 곳에서 진행되며, 나는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를 관람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영화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1)은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보여준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은 영화의 스토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를 암시한다.

 

‹하루의 삶›(2021-2023)에서는 외광파 작가로서 하루 간의 여정을 그려낸다. 두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 있어 무언가 불안하면서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작가의 도플갱어, ‘살아보지 못한 다른 세계의 나’로서 가상과 실제,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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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데 벨데의 영화를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만드는, 조금은 조악한 소품과 무대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전시는 위 두 영화 화면을 시각적으로 가장 중심점인 곳에 두고, 나머지 공간을 소품과 장치들로 구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소품과 장치들을 화면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 현시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취약한 재료와 만듦새는 우리가 보았던 영화가 허구적 이미지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반 데 벨데는 그의 작업을 통해 상상력의 힘을 동경하면서도 실제와의 차이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러한 지점이 오히려 상상력에 힘을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과 다르기에,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그 어떤 모든 것들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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