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의 생각이 맞아; 용기 내

글 입력 2024.03.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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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용기

 

요즘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온종일 우울할 때가 많다. 내 나름대로 인생 최고의 용기를 내 나의 목소리를 회사에 전했고, 돌아온 답변은 '내 욕심을 줄이라'이었다. 작년을 돌아보았을 때, 주도적으로 욕심을 내서 하고 싶다고 나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조용히 주어진 일을 불평도, 만족도 드러내지 그저 그렇게 했다. 그런 나에 대한 피드백은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고 욕심을 드러내 더 열정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올해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업무는 그를 이루기에는 구조상 어렵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일이기에 욕심을 내서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나의 의견을 용기 내 전달했다. 답변은 그저 그랬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커서 힘들다면 이상을 줄여라. 그냥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좀 건강도 챙기면서 지내라. 열심히 안 해도 된다. 깊은 속상함이 몰려왔다. 주도적인 업무가 하나도 해낼 수 없는 이곳에서 나는 소모품이었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이 회사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난 분노하기도, 속상하기도,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눈앞에 쌓여있는 메일들에 밀려 근무 시간을 스트레스 받으며 지겹게 보내고,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려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다. 그래서 더 울적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들

 

오늘도 마찬가지로 업무 재촉당하고, 재촉하고, 낮밤 상관없이 울리는 이슈 메신저까지 지긋지긋했다. 그래도 저녁은 평점이 좋은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으니 배고프고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했다. 그렇게 어느 하루와 같은 '거지 같은' 하루를 보내나 싶었다. 퇴근 후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나를 너무나 어루만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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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간 레스토랑은 내가 먹어보지 못한 맛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에 진심인 선생님의 1인 레스토랑이었고 글라스 와인과 디저트 쇼콜라 무스를 선뜻 맛보라며 내주셨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영업 시간이 다 되어 나가려고 하자, 카페 사장님께서 우리에 에스프레소 한 잔씩 내려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영업시간이 끝난 카페에서 우리는 선생님의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브루잉 드립 커피로 먹었던 원두와 동일한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음미했다. 마셨던 브루잉 커피와 분명 동일한 원두인데 정말 다르다. 더 확실히 맛이 느껴진다. 혀에 닿으며 입안을 헹구는 동안 코끝엔 향긋하고 신선한 과일 냄새가 휘릭 감싸고, 쓴맛이 사라진, 새로운 음료를 접한 듯했다. 카페 선생님의 멋진 열정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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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자신의 분야에 진심인 사람들의 친절한 호의로, 나는 오랜만에 온기를 느꼈다. 그들의 진심 어린 마음으로 따듯해졌다. 실망과 속상함으로 차있던 나에게 그래도 세상에는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고 말해준 것 같다. 올해 초부터 하고 있는 심리 상담에서 이야기 나눈 것이 떠올랐다.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무조건 착하게 바라보았고, 모두가 나를 생각하고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고. 하지만 요즘 그게 틀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세상은 차가움을 기반으로, 살짝 겉표면에 따뜻함을 둘러매고 있는 것 같다고, 난 흔들리고 있다고 말이다.

오늘 낯선 이의 작은 호의, 웃음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맞다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참 감사하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든든한 받침을 얻게 된 하루이니 기록해본다.
 
내 생각이 맞아. 다 할 수 있어. 행복할 거야. 잘 풀릴 수 있을 거야. 때로는 용기가 필요해. 실천해.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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