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04.

글 입력 2024.03.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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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BLT - Lee Oskar]


오늘 선정한 Lee Oskar의 BLT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한가롭고 귀여운 리듬감이 특징인데, 어떤 때는 이 멜로디가 황당하거나 맥빠지는 심정을 표현해 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한 감상을 이유로 오늘의 노래로 선정했습니다. 같은 연주자의 노래인 'Sanfrancisco Bay'도 좋으니 한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따뜻해진 근래의 날씨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


잘 짜인 캐릭터는 작가의 의지를 거스르고 스스로 움직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주 미약하게나마 체감해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묘한 경험이었어요. 이야기를 고치고 고쳤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고, 몰입이 되지 않고 억지스럽다는 기분이 들 때, 그런 때는 보통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짜고 있는 게 원인이었습니다. 내 의도를 설명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캐릭터가 가장 할 법한 흐름으로 구상해 보니 이야기는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그 경험을 보다 확대해 보고자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상하는 방법을 이것저것 연구하는 중입니다. 지금의 트랙 시리즈도 그 시도 중 하나예요.


하지만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은 여전히 낯설고 짐작할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얼굴을 본 게 겨우 두세 번이라, 모른다고 하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잘 아는 사이라고 하면 초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이 같아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인물들끼리 서로 만나게 해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 없이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주변의 의견에 좌지우지되고는 해서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은 빈말로나마 하지 못하겠어요. 애당초 순수하게 자기 것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태어나고 자랄 때까지 곁을 지켜주시던 보호자나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주변 어른들 그리고 내가 살아온 동네의 영향이 없는 온전한 자기 의견이란 것이요.

 

우리는 보통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을 걱정과 우려 속에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판단의 주체가 본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 타인의 말을 수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닐 거예요. 실제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를 모르는 동시에 생각보다 나의 이면을 통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지요. 나도 모르는 내 취향,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말의 저의, 버릇 등을 콕 집어 말해주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제 모습도 자주 봐왔습니다. 또한, 환경과 속해있는 무리마다 사람들은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친한 친구로서 사람을 만날 때와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동기로서 만날 때, 그리고 업무의 일환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수직관계에 있는 상사나 선생님을 대할 때의 저의 모습은 모두 달랐습니다. 상대가 누구며, 그 상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제 말과 행동은 늘 달라졌어요. 나를 구성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며 그림 속 인물들에게도 적용해 볼까 합니다. 서로 각기 다른 특성의 사람들끼리 만날 때 저마다 어떤 케미스트리가 생겨나며, 서로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관찰하면 그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오늘처럼 각기 다른 인물들을 서로 마주치게 만들고, 그 반응들에 대해서 그려볼게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얼굴도 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럼 저는 오늘의 가수인 Lee Oskar의 노래를 마저 들으며, 물러가 보겠습니다.

 

봄의 설렘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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