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북극을 꿈꾸다 [도서]

글 입력 2024.03.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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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이 책은 배리 로페즈가 북극을 여행하는 5년 동안 자주 떠올랐던 두 가지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밤, 툰드라 새들 사이를 산책할 때 알을 지키려는 새들에서 본 생명의 풍성함과 1881년 북극을 탐사하러 온 그릴리의 한 대원의 묘비명 ‘진정한 신의 아들로 살다, 영웅답게 죽다’.


한 장면은 빛에 가득 찬 숭고한 순수성을 보여주나 뒤이은 장면은 엇나간 꿈을 갖고 온 북극.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북극과의 오랜 투쟁을 보여준다.


배리는 자주 고귀한 북극의 자연에 고개 숙였다. 북극의 대지가 보여주는 자연이 담고 있는 어떤 경외감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으며,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온 인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스러워했다. 배리는 대지와의 대화를 원했다. 이 대지 위에서 대지와 함께 현명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믿음. 대지에 깃든 모든 것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무지에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의 이야기는 인간의 무례한 침략이 아닌 한쪽 무릎을 꿇고 대지의 손등에 조심히 키스하는 듯했다.

 

 

 

<전설만큼이나 먼 땅>


 

배리는 1823년 360톤짜리 영국 컴브리안호가 북쪽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시기는 고래잡이가 성행하던 시기다.


그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정의하고 싶어 했다. 애매하고 모호한 무언가를. 결국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떤 꿈을 꾸는가. “가족과 함께 잘 살고 대지를 넓고 깊게 이해하는 것이 부유해지는 것인가? 모험과 큰돈을 버는 것이 부유해지는 것일까?”


북극이라는 험하고 미지의 대지로 일확천금을 꿈꾸고 모험을 떠나온 수많은 여행자들을 배리는 궁금해했다. 


배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며 매우 복잡한 세계에서 아주 단순한 세계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실은 북극도 매우 복잡한 체계를 갖췄지만 움직이는 부분이 적을뿐이었다. 점차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이 정의하는 최후의 대지, 북극이 나타난다. 나무는 빛을 얻기 위해 최대한 지표면을 껴안고 있다.


배리는 북극을 여행하며 그가 보는 것 느끼는 것을 하나씩 노트에 적어갔다. 북극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 우아하고 세련되게 움직이는 큰 곰, 평온하고 강인한 사향소, 통찰하는 방랑자 북극곰, 기린과 비슷한 일각고래, 북극 동물들의 경이로운 대이동, 때론 공포스러운 얼음, 서로에게 필요한 마음과 대지, 인간의 열정과 탐욕이 얽힌 순수한 욕망이 드러나는 항로 그리고 북극의 역사.


“곰을 만나는 일, 삶 전체를 걸고 곰을 만나는 일은 개인적인 무언가를 극복하는 일이다. 그런 만남은 고요하고 죽은 듯한, 숭고한 평원에서 일어난다. 성공하면 자신 안에서 뭔가 근원적인 것, 씨앗 같은 것을 발견한다. 말 그대로, 이겨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으려면 통찰과 인내, 웃음이 필요한 가혹한 땅에서 자신의 삶과 동족의 삶을 확신하는 일. 그것이 곰에게 닿는 일. 곰의 선물이다.”


토르나르수크 ‘힘을 주는 자’. 폴라에스키모들은 북극곰을 이렇게 불렀다.


북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크고 흰 털이 빛나는 북극곰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북극곰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북극곰에 대한 신화가 가득했고 그것은 달리 입증할 방법도 없었기에 그저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동물들을 일종의 기계로 생각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대지는 배경으로 취급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과 환경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며 그대로의 존재가 되려면 둘은 반드시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극곰을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했더니 몸에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북극곰은 오래 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과학자를 한 에스키모인이 북극곰은 추운 북극에서 걸을 때 열이 식기 때문에 이 실험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도 했다.


일각고래의 엄니는 중세 시대에 유니콘의 뿔이라며 거금에 팔리기도 했다. 배리는 문득 중국 전설에 나오는 ‘기린’을 떠올렸다. 유니콘과 달리 상업적인 가치를 가진 적 없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인간의 행위에 위엄과 존중을 불어넣는 존재. 근본적인 신비로움을 가진 존재. 일각고래를 기린으로 재정의 하려는 것이 아닌, 그저 기린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유쾌해했다.

 

‘평온한 북극이라는 세계가 우리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해 속에서 우리는 한 줄기 빛처럼 우리 안에 숨겨진 기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키모 “우리는 믿지 않소. 우리는 두려워하오.”


 

그들은 자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에스키모인들은 두려움과 일리라(두려운 경외)와 카피아(불안한 공포)를 가지고 자연을 대하며 사냥은 그저 삶의 방식일 뿐. 사냥이 가진 폭력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전혀 감상적이지 않고 순수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기에 대지에 대한 지식이 방대했다.


책은 북극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묘사하며 점점 북극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고 현실과 직면시킨다.


“나는 빙산들을 쳐다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래서 두려웠다.”


“160년 전에 고래잡이 선원들이 만났던 동쪽 투누니르미우트족의 친척들인 이 투누니아루시르미우트족 형제는 일말의 의심도 일말의 주저도 없이,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무엇이 부인지를 알았다.”


요즘 북극은 신식 물건들이 물밀듯이 흘러 들어오고 누구보다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그들은 편한 삶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타의가 아닌 자의로 선택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중요한 질문 중 몇 가지는 그냥 답이 없는 질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빛에 다가가려 한 하나의 고귀한 표현이 되도록 애쓰면서.”


북극엔 저마다의 꿈들이 있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기도 하고, 발굴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저 자연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배리는 북극 속에서 다양한 꿈들을 만났고 북극을 혹은 무엇을 꿈꾼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그 속에는 다양한 모순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모순의 한가운데를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지의 땅 북극에서 귀족적인 침묵을 즐길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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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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