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성을 담은 일상 개그물 [만화]

글 입력 2024.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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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진 개그만화 열풍 당시 '일상물 같은 판타지'라 불리던 《마음의 소리》와는 정반대로 '판타지 같은 일상'이라는 수식어로 독자의 이목을 끈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선천적 얼간이들》이다. 공교롭게도 2023년, 《마음의 소리》의 조석과 《선천적 얼간이들》의 가스파드, 83년생의 두 작가 모두 다시 한번 개그만화로 컴백하며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천적 얼간이들》은 일상 개그만화로 조석, 이말년 등의 작가가 이끈 '병맛 만화'의 흐름에서는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병맛 만화'가 특유의 아스트랄한 전개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과 다르게, 이는 '일상물'인 만큼 자신의 일화를 실감나게 풀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타 개그 만화에 비해서는 내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독특하고 관점과 구체적이고 재미난 묘사, 세심한 관찰력으로 그만의 개그 코드를 만들어냈다. 

 

《선천적 얼간이들》 시즌 1 완결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이전과 같은 역량으로 그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네이버 웹툰 순위가 증명하듯 그의 개그 코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만화는 어떤 힘을 품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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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넘치는 캐릭터들과 웰컴 투 부산!


 

《선천적 얼간이들》은 일상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웨스턴 페인티드 터틀, 싸움닭, 불테리어 등의 개성적인 동물들로 표현된 작가와 그의 친구들은 '낙천적 우유부단 거북이', '불친절 바리스타', '불의를 참지 않는 정의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로도 충분할 만큼 특징적이다.

 

나아가 만화의 배경이 되는 작가의 고향 '부산'의 뚜렷한 지역색(ex: 부산 사투리, 바다 출신) 또한 개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 물론 재미난 이야기를 얻어올 각종 소스(?)들도 분명 많이 있었겠지만, 단지 그런 차원을 넘어서 소재 각각의 개성을 살려내는 작가의 능력이 진정한 빛을 발하는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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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꽉 눌러담은 '컷'들


 

당시 유행하던 많은 개그 만화들은 우스꽝스럽게 데포르메 된 그림체와 독특한 이야기의 흐름, 허를 찌르는 비범한 창의력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었기에, 컷 하나 하나 자체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한편, 《선천적 얼간이들》는 풀채색에 작가가 직접 쓴 손글씨와 더불어 한 컷 한 컷이 자잘한 개그와 디테일로 꽉 차 있어서 밀도가 높다. 이는 마치 각각의 컷이 독립적인 한 컷의 카툰(cartoon)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공감을 자아내는 '일상물'이라는 특징과 더불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짤화', '밈화'되기에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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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웃음 코드에 마이너리티 한 스푼


 

많은 만화가, 혹은 웹툰 작가들이 그러하듯 가스파드 또한 메탈 음악, 스타워즈, 각종 고전 만화 및 게임류에 엄청난 덕력을 보유한 작가이기에 자칫 코드를 잘못 잡는다면-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덕후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만화를 그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염려가 무색할 만큼 《선천적 얼간이들》은 자신의 일화를 친구들에게 썰풀듯이 재미나게, 또 실감나고 공감가게 표현해서 대중적인 유머 코드를 잡아 냈다. 여기에 각종 패러디를 통해 덕후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더해준다. 이렇게 두 가지 코드가 적절히 조화되었기의 그의 만화 요소 하나 하나가 독자들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다가올 2024년 3월 14일 목요일을 마지막으로 《선천적 얼간이들》 시즌 2 후기를 업로드하며 가스파드는 《선천적 얼간이들》를 다시 한 번 마무리 짓는다.

 

개그 만화의 끝없는 번영을 소망하며, '얼간이들'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다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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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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