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이지 않고 싶은 욕구 -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글 입력 2024.03.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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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는 삶과 은둔 속에 살아가는 삶 중 어떤 삶이 더 매력적일까? 불특정 다수에게 부러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는 요즘, 종종 떠올리는 질문이다.

 

다양한 SNS 매체를 통해 즐거운 나의 하루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저런 게 진짜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대중 앞에 설 수 있지만, 모두가 사랑받을 순 없는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삶이라는 것은 굉장한 행운일 테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한편으로는 참 피곤한 삶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나처럼 사생활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혹여 나의 개인적인 정보가 새어나갈까, 그 흔한 인스타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매 순간을 사진, 심지어 영상으로 남긴다는 것이 너무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이다. 하지만 조용한 일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실재한다. 그 와중에 요즘의 현대 사회는 드러내는 삶을 촉구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눈에 띄지 않고 싶다는 욕구는 마치 투명한 사회를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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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 아키코 부시는 보이지 않는 상태의 의미, 근원 등을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통해 고찰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장소들을 여행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섬세하고 지적인 안내서를 집필했다.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은 끊임없는 노출과 연결에 피로해진 사람들을 위한 '해독제' 같은 에세이이다.

 

책의 시작은 자연이다. 고요한 숲속을 묘사하는 생생한 저자의 문장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드러나지도 아니, 존재를 드러낼 필요도 없는 곳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이곳에서 책의 핵심인 '보이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의 탐색은 동식물, 자연 등에서부터 심리, 과학 기술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쳐있다. 이는 사실, 생각보다 주변에 보이지 않음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많다는 증거이다. 나아가 우리는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창의력이 증가하고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으며 더욱 특별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상태가 지닌 이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너무 치열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존재감 경쟁이 점점 과열되는 이 시점에 지구 곳곳에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무언가도 있다는 사실을, 나아가 그들도 이 세계의 일부로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커다란 주제를 전달하고자,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은 각각의 카테고리가 제각기 광범위하다. 각 장의 연결점이 크게 없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띄기에 처음에는 조금 낯선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책을 가로지르는 큰 축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면서 독서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상상했던 내용과 다소 달라, 책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더랬다.

 

책의 제목과 내용이 조금 불일치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을 보면,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데 사실 직접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상 속 다양한 형태의 '보이지 않음'을 설명하고 소개한다.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었다. 세상의 섭리란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보이지 않음에 대한 욕구는 존재해오던 것이라는 점에서, 세상의 역사는 돌고 돈다는 점에서 이미 과도한 노출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 새로운 삶의 방향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당장에 일어날 일은 아니겠지만, 앞서 말했듯 보이지 않음의 욕구는 지금도 어딘가 남아 있으니까!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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