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무가 되고자 하는 삶 -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글 입력 2024.02.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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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다.

 

인간보다도 훨씬 역사가 깊은 나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구를 본인들의 것처럼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분명 우스울 것이다. 드넓은 숲이나 바다 가운데에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자라온 만큼, 내 안에도 자연, 그리고 나무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자랐지만, 그것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본 서적을 읽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외심을 넘어 나무를 사랑하고 그와 동일시되고자 노력한다. 이는 단순히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다. 나무와의 에로스적인 사랑, 나무와의 결혼까지 언급하는 걸 보면,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나무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저자의 나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린 시절 나는 나무를 의인화하여 생각하는 데에 익숙했고 나무는 “등”이 가렵지는 않은지, 가려울 때 긁어줄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심지어 걱정했다.”] -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나무를 향한 저자의 사랑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졌으며 이를 넘어 탈인간화, 즉 나무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그것과 동일시된다는 걸지도 모른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의 마음이 아파지고, 한 명이 웃으면 다른 한 명도 따라 웃게 되는 연인들처럼 말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을 보는 색다른 시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른 봄철 찾아오는 새싹의 발화,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나무의 태도를 보며 때론 위로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너무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자연 속의 수많은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은 우리가 천천히 보고 느끼며, 마침내 사랑해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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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미술 수업 시간의 기억이다.

 

선생님께서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고, 한 명씩 일어나 발표를 했다. 나는 책의 저자처럼 “나무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의도와는 다른 엉뚱한 대답이었지만, 다행히 아무도 나를 비웃지 않았다.

 

저자처럼 나무라는 생물 자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나무가 세상을 사는 삶의 방식이 부러웠고 멋있었다. 비가 올 땐 맞고, 바람이 불 땐 흔들리고, 때론 떨어지고 꺾이지만 결국엔 다시 피어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되고 싶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나무와 닮아있었다.

 

나는 책의 저자처럼 나무를 의인화해서 생각하진 않는다. 나무는 나무고, 사람은 사람이다. 그러나 가끔 생각을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나 돌이 되고 싶다고. 복잡하게 사람과 얽히고 설키지도 않고 나만의 길을 가는 나무. 때론 굴러가고 때론 멈춰있는 과묵한 돌.

 

나무와 돌을 잠자코 보고 있다 보면 이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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