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당신이 바라는 엔딩 [게임]

우리는 지금 어떤 엔딩을 향해가고 있을까
글 입력 2024.02.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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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유로운 농장 일이 질린다면 고독한 검투사로서 여행을 떠나고, 끔찍한 외로움이 다가올 때는 동물 친구를 만나러 갈 수도 있다. 어디서? 바로 게임 속에서. 수만 수천 가지 게임 속 당신은 어떤 게임을 선택할 것인가?

 

매 순간마다 새로운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인디게임의 입지가 커지며 이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인디게임이란 소규모 개발사가 적은 자본으로 제작한 게임으로, 다양한 스토리와 독창적인 게임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형 게임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나 투자를 받는 소규모 게임사가 늘어났지만, 아직도 빛을 받지 못하는 게임들과 제작자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업데이트, 패치 실패, 자잘한 버그 등 완벽하지 못한 게임이라고 해도 나는 인디게임을 좋아한다.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게임은 인생이다.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모습이 오히려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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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지구,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산다. 본디 게임에는 스토리와 설정이 있기 마련이다. 게임과 인생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반드시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은 주인공 혹은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 되어 각자가 처한 상황 속 최고의 희망을 바라며 살아나간다. 괴상한 미술관에 갇혀 목숨을 위협받으며 탈출을 감행하는 <이브>의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농장을 가꾸며 제대로 힐링하는 <스타듀밸리>의 주인공이 있다. 마치 다른 상황과 처지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삶처럼 말이다. 각자가 살아가는 삶, 각자가 플레이하는 게임에 따라 그 플레이 방식과 장르 역시 변한다. 인생이 고달파질 때는 액션 공포 게임으로, 사랑에 빠질 때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는 선택을 통해 행동하고 결정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성장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 내에는 ‘퀘스트’가 있다. 일종의 미션으로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이다. 게임 속 다양한 퀘스트를 풀어나가며 플레이어는 선택에 기로에 놓인다. 한 번 결정한 선택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말은 달라진다.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성향이 바뀌기도,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는 게임 내 주인공의 인간관계가 파탄 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된다. 게임 <여피사이코>에서는 주인공의 게임 내 답변 여부에 따라 주변인들의 생사가 결정된다. 게임에서 나오는 문제들이 반복될 때마다 머리를 굴려 가며 최선의 선택을 한다. 물론 그 선택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성장해 나간다. 현실의 성장이 때때로 선택과 실패에서 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렇듯 사소하다고 느꼈던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각자만의 엔딩이 있다. 새드엔딩, 해피엔딩, 열린엔딩... 선택들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엔딩들 속에도 ‘진짜 엔딩’, 즉 진엔딩이 있다. 게임 <배드 엔딩 극장>에는 41개의 배드엔딩과 1개의 해피엔딩이 있다. 단 하나의 진엔딩을 위해 앞선 41개의 배드엔딩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특이점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 중 대다수가 단 하나의, 마지막의 해피엔딩보다 비극적인 배드 엔딩 중 하나가 낫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엔딩이란 각자만의 것이며, 각자의 관점대로 해석된다. 그 말은 즉, 내가 만족하는 엔딩이 곧 해피엔딩이 된다는 것이다. 해피엔딩이라고 아무리 못을 박아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엔딩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엔딩을 경험하더라도, ‘해피엔딩’이 나오지 않거나 ‘정해진 엔딩’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히든엔딩’을 찾아야 한다. 게임 속에, 그리고 인생 속에 숨겨진 루트를 개발하고 찾아내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엔딩을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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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 같은 인생을 산다. 무수한 선택 그리고 실패 속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모든 주인공과 나는 어딘가 닮아있는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모니터 속 작은 인생에 애정이 어린 관심을 보내고 싶다. 게임 속 주인공은 무수한 선택 속 도전과 실패를 겪으며 결국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 속 우리는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무진장 실패해도 좋다. 수없이 도전해도 좋다. 새로운 판을 시작할 기회는 언제나 그렇듯 곁에 있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인생이라는 길고도 긴 퀘스트를 깨나가며 언젠가는 각자가 바라는 ‘해피엔딩’에 도달하길 바라본다.

 

 

[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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