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글 입력 2024.02.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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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핍이 있는 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연극 엘리펀트 송은 캐나다 작가 니콜라스 빌런의 데뷔작으로 2004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그리고 2014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영화 및 미니시리즈 WGC 각본상,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초연을 올렸고, 당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학로 흥행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제12회 골든티켓어워즈 연극 부문 수상, 2016 스테이지톡 베스트 리바이벌 연극 부문을 수상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증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신병원에서 갑자기 사라진 정신과 의사 로렌스를 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상담을 진행한 환자 마이클과 병원장 그린버그, 병원의 간호사 피터슨과 대화를 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심리극이다. 수많은 텍스트가 관객의 몰입을 이끌고 이들의 대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주인공 마이클은 알 수 없는 코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 대사에는 수많은 복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첫 번째 관람했을 때 느꼈던 감정보다 두 번째 관람했을 때 더 큰 슬픔이 몰려왔다.

 

마이클은 15살 때부터 8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의 결핍이 있고, 코끼리와 게임을 좋아하며 매우 영리하다. 그래서 마이클은 연극 초반부터 코끼리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는가 하면, 그린버그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상담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다 그린버그가 마이클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읽으려고 하자 마이클은 협조적인 태도로 상담에 응한다. 마이클은 로렌스의 행방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조건으로 초콜릿을 받는 것으로 거래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마이클이 8살 때 아버지를 만나러 남아프리카로 갔다가 사파리에서 아빠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는 코끼리와의 눈 맞춤으로부터 생긴 트라우마, 돌아온 후 마이클을 위해 코끼리 인형을 사준 엄마의 애정을 잊지 못해서 코끼리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마이클의 어머니이자 유명한 오페라 가수 아만다 세인트 제임스가 집에서 쓰러져 숨이 멎을 때까지 15살인 마이클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도와달라라는 말이 아닌 ‘음정 세 개를 틀렸어’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남긴 말이다. 죽을 때까지 오페라 가수로서 자신의 명성과 평판이 자기 아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음정 세 개보다 가치가 없다고 느꼈을 마이클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 번의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슬픈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연극을 본 사람들은 결국 알게 된다. 마이클이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을지언정, 담당 의사인 로렌스, 수간호사 피터슨, 그리고 마이클의 이야기를 알게 된 그린버그까지.

 

이렇게 모두가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관객들이 온 마음을 다해서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마이클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다.


엘리펀트 송은 표면적으로 사라진 의사 로렌스를 찾는 것이지만, 진실은 마이클과 그린버그가 환자와 의사와의 위치에서 진행하는 상담이 아닌, 마이클과 그린버그 그 자체로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다. 마이클은 자기 자신을 환자로 대하는 것이 아닌 마이클이라는 존재로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떤 편견을 가지고 대할지 걱정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을 포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이렇게 사회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면서 정작 본인의 정체성을 잃고 의미 없는 일상,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랑이 우리의 삶에 주는 힘은 무엇일까. 온 마음을 다해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더더욱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나 자신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더 많은 표현을 해주기를 바란다. 표현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것.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라고 표현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수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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