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 사용법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
[슌하다]는 [순하다]와 다르다. 작가의 이름에서 따온 ‘슌’은 잘 물러서지 않고, 거대한 풍파에도 함부로 부서지지 않는 부드러운 태도를 뜻한다. <약한 게 아니라 순한 거야>는 나에 대한 의심과 회의에 휩쓸릴 위기에 처했을 때, 가볍게 읽기 좋은 힐링 도서이다.
그러나 흔히 유행하던 ‘힐링 에세이’ 서적과는 다르다. 그저 달콤한 문장들로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만화와 짧은 에세이 글들로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에 당연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그래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답들을 살포시 건내 준다. 어떤 장면에서는 내가 ‘슌’이 되어서, 또 어떤 장면에서는 ‘슌’의 위로를 들으며, 심지어는 내가 ‘슌’에게 나만의 답을 주며 결국에는 ‘나’에게 가까워지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도 정말 많았다. 특히 최근 하고 있는 고민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나의 머릿속을 스쳤던 고민들 혹은 생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우선 책을 읽으며 책갈피 표시해 두었던 부분이 하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타인의 상황에도 쉽게 투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더 행복해져야만 한다. 내가 겪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내 사람들의 행복도 진심으로 빌어 줄 수 있을 테니.’ (58p)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하곤 했다. 고등학생 때 한 친구가 쓴 편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던 적이 있다.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이런 감정을 겪음으로써 다음 번에 가까운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더 잘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다는 맥락이었다. 당시에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에 멈췄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지금, 과거의 경험들과 그를 통해 겪었던 많은 감정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비단 부정적인 감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많은 행복을 경험할수록, 또 그것을 충분히 느껴본 경험이 쌓일수록,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을 진하게 느낄수록 공감의 깊이 역시 진해지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2.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까? 어제 친구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하며 느낀 점이 있다. 대화의 주제가 ‘내’가 될 때마다 정작 ‘나’는 부정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나의 감성, 나의 취향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만 되려 내가 부정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들이 말하는 것들이 다 맞는 말인데, 부끄러움 때문이었을까, 혹은 지나친 겸손이나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부정했던 사람은 정작 나였다. 모든 자기소개서의 첫 질문은 ‘나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인데, 하긴, ‘자기소개서’라는 제목부터 나를 잘 알아야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러한 질문을 마주하면 막막하다.
3. 어쩌면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지만, 표현에 서툰 것일지도 모르겠다. 속으로는 나에 대해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표현에 서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질투심이 들기도 한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보았던 또 다른 나를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도 비공개로만 조금 올리고, 나서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먼저 잘 다가가지도 않는다. 전에는 그런 것들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니, 요즘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보아도 취향이 확실하게 보여지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인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와 어울리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에 대해 더 고민하고, 그것을 마음껏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그러한 표현도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윤영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